소비습관의 변화

ep 91. 맥시멀리스트에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까지

by 이진

 언젠가부터 나는 소비에 관심이 줄어들었다. 더 이상 무언가를 소비한다는 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똑똑한 소비를 하는 데에 더 많은 기쁨을 느낀다. 만약 오늘 나에게 100만 원이 생긴다면, 100만 원 전부를 저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내가 가지고 있는 일말의 소비욕구를 채우기보다 미래에 혹여 100만 원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나에게 더 많은 배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는 인테크라고도 한다. 사람 인(人) 자를 써서 '나에게 하는 재테크'라는 개념이다.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다사다난한 소비습관을 지나왔다. 스무 살 무렵 용돈이 30만 원이라면 29만 원을 옷 사는 데에만 쓰던 때도 있었고, 이후에는 완전히 모든 옷을 미련 없이 버리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기도 했다. 이 습관이 현재까지 이어져서 현재 나는 단벌신사처럼 살아가지만, 옷을 닥치는 대로 사던 이전보다 훨씬 나의 삶에 만족하면서 지낸다. 마음에 드는 옷 한 벌이 새 옷 열 벌보다 낫다는 것도 몸소 느끼고 있다.




 옷에 대한 욕심, 궁극적으로 소비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 계기는 '꾸민다'는 의미에 대한 재정의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전에 내가 닥치는 대로 샀던 옷들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1차적 차원이 아니었다. 옷은 나에게 외관을 돋보이고 빛나게 한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외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내면은 점점 갉아먹혔고, 이따금씩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마음을 피할 수 없었다.


 때마침 외모 강박에 대한 개념과 함께 페미니즘을 배웠던 것이 나에게는 큰 터닝 포인트였다. 꾸밈도 하나의 노력이자 시간의 소비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더 이상 그런 쓸모없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꾸미는 것은 사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나를 보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 크게 공감하기도 했다. 시선의 주체가 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을 발견하는 데에 중요한 문제였다. 즉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소비 습관의 변화, 결국 나 자신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소비는 단지 돈을 쓰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 노력, 감정 등 내가 오늘 하루 동안 하는 모든 것이 소비의 기둥이다. 내가 쓰는 시간과 노력이 모여 하루가 완성되고, 하루가 모여 삶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소비에 대한 관점을 새로 발견하면서부터 나는 만족스러운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더 이상 외모 강박으로 내면을 갉아먹지 않고 쓸데없는 물건을 사면서 결핍된 나를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건강과 균형을 찾는 여정을 따른다. 매일 운동을 하고, 명상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독서를 한다. 현재에 머물며 미래를 희망하는 하루하루는 이러한 '가치소비'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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