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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Apr 26. 2021

특권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인도주의"이다. 원래는 평화정착, 분쟁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왔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류학적인 관점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에 관심이 생긴다. 물론 공부하다 보면 이 분야도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고, 그 내부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푸코가 주장한 생명 권력이 어느 현장보다 더 강하게 적용되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활동보다는 살릴 사람을 결정하는 활동에 가깝기도 하고, 인도주의 단체에서 현지인 직원들은 외국인 직원들보다 그 생명의 가치가 낮게 여겨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인도주의 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정부와 협력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 않을 경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가 도움을 받지 못한 채로 죽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전통적인 경찰력은 인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인도주의 현장에서 인도 단체 직원들은 인간미와 인간적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중립성을 추구하지만, 경찰은 수사나 도움의 현장에서 감정을 배제하기 위해 중립성을 유지한다. 정치에서 멀어야 하는 인도주의지만 결국 정치와 가장 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 삶과 생명에도 가치의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 내가 속한 경찰이 인도주의와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면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인도주의의 힘을 믿고 인도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  


문득 여러 논문을 읽고  부분을 공부하다 보면  생명이 누군가의 생명보다 귀하게 여겨질  있다는 현실 자체가 특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만약 석사를 마친   인도주의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어쨌든 나는 international staff이다. 결국은 나의 생명은 national staff보다 귀하게 여겨진다. 내가 도대체 무엇이라고 이런 특권을 누릴   있을 것일까하는 것이 요즘 내가 주로 하는 생각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특권에서 멀지 않은 존재였다. 고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일진 학생들이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경찰대를 진학하면서 학비, 취업, 군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주어진 조건 하에서 본인이 노력하여 성취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의견도 매우 존중한다. 흙수저로서 내가 최선을 다해서 쟁취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점들이 내가 성적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받은 특권이라는 점도 명확하다. 제네바에서도 나는 장학금을 받으며  걱정 없이 공부를 한다.  곳에 있다 보면 내가 경외심을 갖게 되는 친구들은 장학금이 없어 힘겹게 공부한다. 또한 우습게도 제네바라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곳에서 그렇지 못한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얼마나 모순적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분쟁이나 내전, 자연재해로 인해 나보다  훌륭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분명히 나보다   낮은 가치의 인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에 반해 운이 좋게 대한민국이라는 안정적인 나라에서 태어나서 그들보다 우수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그들의 현실을  알지 못하면서도 우습게도 그런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개발학을 공부한다. 누군가는 돕고 싶지만 그들의 상황이 여의치 못해 러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무슨 특권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싶다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지게  것일까? 이것이 특권이 아니라면 무엇이 특권일까?


앞으로의 나의 석사 공부 방향은 이 특권의 방향을 돌리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석사 논문 주제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찰일 것이고, 어떻게 경찰이 인도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안에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특권 개념을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같은 가치로 인정이 되고, 누구나가 본인이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가 지금껏 누려왔던 특권이 더 이상 특권이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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