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자의 뒷 수습

통탄의 눈물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편

by 이지속

뭐든 저지르는 건 쉽다. 후에 수습이 문제지. 지속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서울 원룸 월세는 월세대로 내면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현관에 들어서는 지속을 보고도 부모님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저게 또 관뒀구나 늘 있던 일이란 듯 말없이 밥을 차려 주셨다. 침묵만이 감도는 식사자리에서 무슨 생각이었는지 지속은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관둔 거 아니야. 초점 시사가 망했어. 회장이 베개 사업을 하다 고소당하고 난 나가리가 된 거야."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리 아닌가. 지속은 퇴사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사실 서울로 취업하는 걸 지속의 아빠는 탐탁지 않아했다. 그냥 학원 강사로 지내다 시집이나 갈 것이지 뭔 생각으로 쟤가 저러나, 그러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곤 말없이 보증금 천만 원을 지속의 통장에 이체해줬다.

지속의 예상치 못한 말에 아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고 지속은 나이 서른에 거짓부렁으로 퇴사 사유를 꾸민 자신에게 현타가 왔다.

그래도 집에서 놀고먹으니 지속은 좋았다. 엄마가 밥도 차려줘 빨래도 해줘 안락한 가정의 울타리 속 지속은 한 마리 몽글한 털을 가진 양이되어 폴짝폴짝 들판을 뛰어다녔다. 그런 지속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지속의 남동생 종부.

하루는 종부가 작은 눈을 더 실눈으로 뜨며 지속에게 물었다.

"누나 초점 시사 망한 거 아니지? 그냥 누나가 나온 거 맞지?"

지속은 동생에게 까지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 이실직고 하자 종부는 철딱서니 없는 지속이 정신을 번쩍 차릴 이야기 해줬다.

"아빠도 다 알아, 누나 서울에서 기자 된 뒤로 초점 시사 어플 폰에 깔고 아침마다 언제 누나의 첫 기사가 올라오는지 봤어. 올라오면 출근 잘했구나 안심했고, 누나가 집에 온 후에도 아빠는 계속 봤어. 초점 시사 잘만 굴러가는 거."

...... 잇츠 눈물 타임, 지속은 깊고 깊은 아빠의 가슴속 통탄의 눈물바다에서 생각 없이 튜브를 타고 노는 한심한 계집애였다. 실은 원룸 월세를 어떡하면 아빠에게 비벼 볼 수 있을까 궁리 중이었는데 정신을 차렸다.

지속은 퇴근 후 집에 온 아빠가 샤워하는 사이 아빠의 스마트폰을 봤다. 종부의 말대로 배경엔 초점 시사 어플이 떡하니 있었다. 지속은 어플을 지우며 생각했다.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운다! 지속은 다시금 벼룩시장을 뒤적이며 고향에서 자신을 받아줄 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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