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자의 회귀 본능

인간 연어 편

by 이지속

지속은 인간의 탈을 쓴 한 마리 연어였다. 회귀본능이 이보다 더 뛰어날 수 없었다. 곰의 앞 발톱도 엄청난 물살도 고향을 향한 연어 지속의 몸부림을 막을 수 없었다. 지속은 다시는 눈길조차 주기 싫던 노처녀 원장의 학원 앞에 도착해 펄떡펄떡 뛰는 연어를 떠올리며 비장하게 서있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지속이 고향에서 할만한 일은 강사뿐이었다. 지속은 다른 영어학원 면접을 전전했다. 입시학원도 갔었는데 주말이 없었고 무엇보다 밤 11시에 퇴근이랬다. 그럼 10시에 드라마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입시학원은 갈 수가 없었다. 다른 초등 전문 영어학원을 갔다. 원장이 젊은 남자였는데 강사 경력이 4년이나 있는 지속에게 3개월 수습기간에 월급의 70%로만 주겠다고 했다. 어디서 이 새끼가 약을 팔어. 지속은 뒤도 안 돌아보고 학원을 나왔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름이 지났다. 곧 월세를 내야 할 날이 오고 있었다. 한시가 급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수업이 없을 땐 노처녀 원장 학원에서 알바를 했다. 그래서 혹시나 강사가 필요할까 연락을 하니 원장이 크게 반기며 마침 교통사고를 당한 강사 자리가 빈다고 당장 와달라고 했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

일 년 만에 본 원장은 폭삭 늙어있었다. 보톡스와 필러 시술로 겨우 유지했던 몰골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지속은 반토막으로 줄은 원생수와 원장의 주름진 얼굴을 보니 과거 가졌던 분노가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지속은 어린아이들과 보내는 하루가 기사를 베껴 나르던 기레기 짓보다 행복했다. 그렇게 평일엔 고향에서 강사로 주말엔 서울에서 병히와 데이트를 하며 일상을 회복했다. 삼 개월 만에 원룸 세입자도 구해 보증금도 돌려받았다. 지속의 아빠는 보증금을 돌려 달라했지만 지속은 한번 손을 떠난 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라 말하며 그 돈을 꿀꺽했다.

본디 평화는 잠시 지속을 스치고 가는 법, 원장은 우리 학원에 작가님이 있다며 온갖 잡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불법 현수막 학원 홍보문구가 그랬고 갑자기 학원 신문을 만든다며 매주 학원 소식을 빙자한 광고 기사가 그랬다. 지속은 이렇게 이용당하려, 대학원과 언론사를 다닌 게 아니건만 뱀 같은 원장은 지속의 티끌 같은 재능을 빼먹기 바빴다. 그렇다 한들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잡일을 시킬 때면 원장은 늘 이렇게 말했다.

"고마운 우리 지속쌤, 내가 시집갈 때 큰 선물 하나 해줘야지. 냉장고면 보답이 되려나."

순진한 지속은 그 소릴 믿었다. 서른이 넘었어도 어리석은 우리의 지속인 그 말에 더 성심성의껏 잡일을 했더랬다. 여기서 지속인 큰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그녀가 노. 처. 녀 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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