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장의 정체

알 수 없는 원장의 사생활 편

by 이지속

지속이 다시 학원에 복귀하고 얼마 뒤, 낯익은 중년의 남자가 원장과 함께 학원에 들어섰다. 그는 준식이 아빠였다. 준식이가 누구냐, 지속이 처음 맡았던 반 아이로 산만하고 짓궂은 제자였다. 위에 형도 학원을 다니고 있어 꾸러기 형제로 유명했다. 한 번인가 원비를 직접 내려고 학원에 왔었는데 준식이랑 너무 똑같아 지속의 기억에 남은 학부모였다. 반가워 인사를 전하니 원장이 상상도 못 한 말을 꺼냈다.

"지속쌤, 이쪽은 우리 학원, 부원장이자 내 조카인 고사장이에요. 앞으로 학원 경영을 나랑 같이 할 분이랍니다."

원장은 지속이 고사장을 모른다고 생각한 듯 엉뚱한 말로 그를 소개했다. 기억력이 몹시 좋은 지속은 심지어 수년 전 원장이 그에 대해 언급한 말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지속쌤 준식이 아빠를 봤는데 두 형제 인물이 아빠를 닮아서 좋더라고요. 키도 크고 눈도 크고. 애들 엄마는 못생겼던데 그런 황홀하게 생긴 남자랑 살고 별일이에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성도 다르고 여기 친인척도 없는 걸 다 아는데 뭔 조카? 지속은 둘이 무슨 사이인지 왜 학원 학부모였던 고 사장이 부원장이 된 건지 아리송했다. 무엇보다 지속은 학교 선생님인 준식이 엄마와 한 달에 두 번씩 상담을 했던 사이였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기둥서방, 지속은 원장과 고사장의 사이를 이렇게 정의했다. 평소 도덕관념이 제로인 원장을 알기에 꽤나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열악한 환경상 늘 강사가 바뀌었기에 고사장의 정체를 아는 건 지속뿐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신성한 장소가 더럽혀지고 지속의 평화로운 일상이 박살 나는 기분이었다. 고사장은 학원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원장을 등에 업고 뻐기고 다녔다. 괜스레 요즘 강의하기 힘들죠? 이것 좀 드세요 하며 빵을 사다 주는 빵셔틀이 무슨 부원장인가! 지속은 한 동안 그를 모르는 척하다 고사장에게 아는 척을 해버렸다.

"준식이는 이제 중학생이 됐겠네요. 잘 지내죠? 참 와이프 분은 학교 잘 다니시죠?"

흔들리는 원장과 고사장의 눈빛을 보며 지속은 통쾌했다. 이쯤이면 알지 않는가? 지속이 인생의 클리셰, 이 아는 척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

지속은 학원에서 내쫓아할 강사가 되었다. 원장과 고사장은 눈에 보이게 지속을 냉랭하게 대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속은 당장 학원을 관둘 생각이 없었다. 둘이 불륜이든 아니든 지속은 딱히 관심 없었다. 다만, 학부모와 그러는 건 진짜 아니지 않나? 당신이 믿는 하느님 아버지가 극대노 하실 일이 아닌가. 지속은 자신의 생각이 틀린 오해이기를 원장에 대한 고정관념이 만든 흑백 필터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한 날은 강사들끼리만 모여 늦은 저녁을 먹고 가볍게 맥주도 한 잔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학원 길 건너 아파트에 혼자 살았던 원장은 자차로 출퇴근하던 금옥쌤이 주차로 스트레스를 받자 입주자 주차 등록을 해주었다. 새벽 한시쯤 유일하게 술을 안 마신 금옥쌤의 차를 타기 위해 강사 서넛이 원장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 차를 타는데 원장과 고사장이 함께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솔직히 고사장이 원장 집으로 들어가는 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입구까지 원장을 데려다주었고 원장의 집에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곤 모두가 말이 없었다. 원장은 이런 모습을 강사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도 못 했으리라. 한 쌤이 조카하고 되게 친하신가 보네 이 시간까지 같이 있고라고 말문을 열자, 지속은 고사장은 원장 조카가 아니라 예전에 학원을 다녔던 준식이 아빠라고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들 놀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지속의 말에 일부 강사들도 둘 사이가 이상하단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한 쌤이 지속에게 와서는 원장이

"내가 지랑 사귀는 줄 아나 전화를 대체 몇 통이나 하는 거야 씻는구나 하고 다음에 걸 것이지. 웬 집착!"

이러며 혼잣말로 씩씩 거리는 걸 들었고 곧이어 고사장이 학원에 간식을 사들고 오면서

"누나 걱정되게 전화는 왜 안 받아~"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 지속과 쌤들은 둘이 무슨 사이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다행히 대놓고 불륜은 아닌 거 같고 썸? 요상한 둘의 관계를 정의 지을 단어를 찾느라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래서 연예 가십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우리의 지속은 과연 학원 부원장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까? 정체가 뭐냐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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