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2016년 3월,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2018년 8월이니까 그 사이에 계절이 열 번 바뀌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다시 일곱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구독자 1만을 달성하면서부터 나는 나를 ‘프로 유튜버’라고 부르고 다녔으니까 사람들은 내가 유튜브 하는 걸 엄청나게 즐기는 줄 알 것이다. 내가 출연하는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지손톱으로 검지를 꾹꾹 누르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그것은 구체적인 신체부위를 자극하여 정신을 차리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여긴 어디인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지경에 이른다. 그렇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내가 ‘프로’ 유튜버라는 건 뻥이다.
그렇다면 쓰는 일은 어떨까? 2015년에 출간된 「읽으면 살 빠지는 이상한 책」이 자기 계발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책날개에는 ‘저자 지태주’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태주가 누구냐고 물으면 지태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해준다. 지태주는 지방태워주식회사의 줄임말로, 우리 회사의 브랜드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책은 팀원들과 함께 썼다. 그러니까 내가 단독으로 공개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곳은 브런치다.
작가 장강명은 이렇게 썼다. "작가는, 쓰는 인간은, 독자에게 영웅 같은 존재다. 그런 존재를 말하는 인간으로 대면했을 때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아니면 쓰는 인간은 말하는 인간과 다른 존재인 걸까?" 생각해봤다. 내 안에 두 인간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 나는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 나는 글쓰기를 너무 괴로워하면서도 너무 좋아한다.
― 나는 말하기에 앞서 머릿속이 하얘진다.
― 나는 글쓰기에 앞서 생각이 과도하게 많아진다.
― 나는 말할 때 조금 뽐내는 기분이 든다.
― 나는 글 쓸 때 많은 반성과 함께 한다.
― 나는 말하고 나면 꼭 후회를 한다.
― 나는 글 쓰고 나면 좀 멋진 것 같다.
― 나는 말할 때 분위기를 살핀다.
― 나는 글 쓸 때 일관성을 살핀다.
― 나는 말할 때 순발력을 타고났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워한다.
― 나는 글 쓸 때 시간여행자가 되고 싶다는 둥 엉뚱한 상상을 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쓰기를 통해 내 안에 못난 구석들을 조금 다듬다가, 약간 자신이 생겼을 때 말하기로 뽐내는 편이지만, 이내 집으로 돌아와 잘못 말한 부분을 상기하며 이불 킥을 하는 인간이다. 다음 날 어제를 반성하는 글을 쓴다. 전혀 경제적이지 않은 패턴이지만 나는 계속 이러고 살 것 같다.
- 2018.10
당장 쓸모는 없지만 언젠가 쓰임이 있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그걸 기분 전환 용도로 쓰곤 했습니다. 「기분의 안녕」은 그곳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