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의 근사치
사십의 근사치에 서서
나는 요즘 이상하다.
수많은 해를 거듭하면서
열 살, 스무 살 때보다도
더 나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선명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나의 첫 폰이자 카메라이기도 했던
삼성 울트라 에디션 슬림슬라이드.
그때의 나에겐 최신의 것,
그 300만 화소의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매끄럽고 선명했다.
한데 지금은 4000만 화소로 찍어도
흐리게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아주 달라져버린 걸까.
아니면,
나의 감상이 달라져버린 걸까.
이런 시답잖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하면
또 슬며시 조바심이 일어난다.
일생각을 하자.
초점이 안 맞아, 초점이.
마른눈을 부비는 소리가 바스락거린다.
나이가 들면
코앞의 것이 흐리멍덩해진다더니,
사십 년 가까이 쓴 눈도
슬슬 기능이 떨어지려 하는지
한 치 앞이 흐려지는 아득한 느낌.
나의 많은 것들이
생장을 멈추고
이제는 퇴화되어 가는 과정에 접어든 것일까.
아니 아직인가..
인생사,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벽에 부딪히며
어딘가 고장이 나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한때의 내가 선명하지 않았던 것을
선명하다고 믿었던 것일 지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며
건조하게 앞치마를 털어낸다.
그래도,
그 어쩔 수 없는 퇴화의 과정 속에서
내가 좋아했던 나의 좋은 것들만큼은
강가를 걷다 주운 작고 예쁜 조약돌처럼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고
잊을 만하면 손끝으로
만지작만지작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서 글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