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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Nov 12. 2024

여행비자로 인도 입국은 처음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그리고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남편은 총 13년 동안 남인도 첸나이라는 도시에서 회사 법인을 맡아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말을 끝으로 인도에서의 13년, 같은 직장 33년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인사발령이라는 것이 갑작스럽게 발표가 나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1,2년 정도 더 있을 거라고 예상해서 조금 당황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이게 웬 행운인가 싶어서 내심 좋아하고 있다.

딸 결혼을 앞두고, 아빠가 인도에 있어서 딸과 예비 사위를 자주 못 보는 것이 속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예측이나 한 듯이 2019년 12월에 귀국을 한 그때처럼, 딸 결혼을 앞두고 귀국을 하게 되는 것 또한 잘 된 일인 것만 같다.


부모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요즘 세대의 결혼식이지만, 딸을 자주 못 봐서 서운한 아빠가, 예비 사위를 자주 못 만나서 친해질 기회가 적은 예비 장인이 마음 한편에 늘 아쉬웠는데 적절한 시기의 귀국 결정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겨우 2주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 이미 예비사위와 많이 친해진 것만 봐도 앞으로 얼마나 더 가깝게 지내게 될지가 보였다.


나는 상견례를 마치고 남편의 남은 임기동안 인도에 같이 있으려고 비행기를 탔다. 딸 결혼식만 끝나면 쭉 남편과 함께 인도에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게 되어서 너무 홀가분하다.



주재원 가족비자는 만료가 된 상태라 13년 동안 처음으로 여행비자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첸나이공항 입국심사대 앞에서 남편과 따로 줄을 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비자 종류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남편과 떨어져서 따로 줄을 서있는 동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재원 가족이 아니라, 여행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달 동안 인도에서 여행객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인도는 사는 이에겐 지옥, 여행객에게는 천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낙후된 인프라와 불편한 행정, 사람들의 공중도덕의식, 먹거리와 입을 거리, 날씨 등등, 외국인이 살기에는 너무 불편하고 힘든 나라이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불편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세상 어디에서도 못하는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여행비자로 입국을 한 인도이다.

출국까지 한 달 여 동안 여행객으로 살 생각이다.


불편하고, 짜증 나는 일들과 직면하게 되더라도,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을 한다는 여행객의 마음가짐으로 지내볼 참이다.

인도의 다른 도시에 여행 갔을 때처럼 첸나이에서도 그렇게 살아 볼 참이다.


십 수년 동안 인도에서 살면서, 인도 주재원 발령이 난 이들의 아내들로부터 걱정 어린 질문을 블로그 댓글로 받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위로랍시고 건넨말이 있다.

인도에 장기간 여행을 온다고 생각하면 편해질 거라고, 인도는 마음먹는다고 쉽게 여행을 하게 되는 나라가 아닌데, 회사에서 집도 주고, 차도 주고, 돈도 주면서 여행을 다녀오라고 하지 않냐고.


그랬던 나는 그 여행을 잘했던가 돌아보게 된다. 여행 내내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쉽게 하지 못하는 좋은 경험을 한다는 생각과 빨리 한국의 선진문화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늘 반반 내 머릿속을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십수 년을 살았던 인도이다. 이제 한 달 여, 진정한 여행객으로 살아 볼 심산이다.


인도에서 한 달 살기.

얼마나 멋진 말인가?


나는 여행비자로 인도에 입국을 했다.

어제부로 나는 인도 여행객이다.

달 뒤엔 한국의 내 집으로 돌아갈 여행객.


십 수년을 살았던 첸나이라는 도시, 이제는 찐 여행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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