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생각날 것 같았던 내 11년의 인도는 한국에 적응하며 사느라 예상과는 달리 잘 생각이 나지는 않았다. 인도에서 살 때는 한국이 세세하게 기억났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상하게 인도 생각이 거의 나지가 않았다.살 던 동네 이름도 기억이 안 났던 이유가 어려운 인도식 영어이름인 이유만은 아니었다.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억이 흐려지는 것과 미찬가지 경험이었다. 11년 동안의 인도는 결국은 내 인생의 해외 여행지와 다르지 않았다. 내 나라는 대한민국이었고, 계속 살 나라가 내 나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데 기억과는 다른그리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가슴 깊숙이 숨어있다가 갑작스럽게 뿜어져 나오던 그것. 기억은 잘 안 나던 인도는 소나기처럼 느닷없이 내 마음을 그리움으로 흠뻑 적시곤 했다.
인도에서의 지인을 만나거나, 블로그의 인도이야기가 눈에 띄거나, 대중매체에서 인도가 소개될 때면 내가 살았던 인도가 저리게 그리워지곤 했다.
그 그리움의 시작은항상 음식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자주 가던 식당의 분위기, 온도, 냄새, 소리, 그리고 그곳의 음식 맛이 너무 그리웠다.
다시 온 인도, 4년 만에 다시 살고 있는 인도이다.
그리웠던'음식부수기'라는 것을 하는 중이다.
처음 한 두 달은 먹고 싶었던, 그리웠던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계획으로 한 집씩 찾아다녔다면, 이후로는 자동으로 내 몸이 그곳으로만 향하고있다.
인도 첸나이는 팬데믹의 시간을 보내면서 되려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전철, 상하수도 공사가 한창이고, 못 보던 빌딩들도 많이 보이고, 거리도 많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예전에는 없는 식당과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다시 왔으니 새로 생긴 곳들도 가 보긴 하지만 여전히 나는 추억의 장소, 그리웠던 음식을 더 찾게 된다.
화덕에 바싹 구운 고소한 난(Naan), 으깬 감자가 묵직하게 들어간 얇게 구운 바삭한 맛살라 도사(Massala Dosa), 올리브유 흥건한 마늘 듬뿍 알리오올리오, 방금 구운 뜨끈한 번(Bun)과 라테, 인터내셔널 음식과 인도 음식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호텔 조식, 두툼한 클럽샌드위치와 수제버거와 진한 오렌지주스, 인도식 중국음식, 고기와 야채가 지글지글 익고 있는 시즐러(Sizzler), 질기지만 않아도 만족했던스테이크, 비 오는 날 일부러 찾아가던 가든카페의 카푸치노, 계핏가루 솔솔 뿌려진 어니언링, 생강향 가득한 맛살라 짜이(Massala Chai), 쓰고 진한 필터커피, 달콤 시큼한 망고 라씨(Lassi), 길거리 간식인 사모사(Samosa), 빠니 뿌리(Panipuri), 치킨버거와 치즈 가득 피자, 그리고 코코넛, 파파야, 망고, 잭플루트, 패션프룻, 구아버등의 열대과일.
자주 먹었던 예전의 음식들은 다시 온 인도를 낯설지 않고편하게 스며들게 한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음식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그리웠던 음식들을 다시 먹을 수 있어서 지금 다시 귀국을 한다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간다면 여전히 그리울 음식들, 더 그리울 것이 분명한 음식들이다. 인도에 사는 동안에 실컷 먹을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도인도 첸나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귀국한 한국에서 가장 그리웠던 그곳에 가서 내 최애 자리에 앉아서 내 최애 음식 '치킨 알리오올리오'를 먹을 생각이다. 따끈한 카페라테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