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사랑이었다.
매미의 애타는 마지막 구애소리는
빈틈없이 뜨거운 공기를 빼곡히 채우고,
그보다 더 빽빽한 초록의 식물은
끝을 향한 정열을 정원에 충만하게 채운다.
원 없이 볕을 쬐었고,
충분한 비를 맞았다.
정원 가득 만족의 깊은숨을 들이켠다.
과한 볕이 고통이었고,
넘치는 비가 상처였다.
정원 한 귀퉁이, 애끓는 인내의 한숨을 내뿜는다.
여름은 충만했고,
여름은 범람했다.
미련 없이 사랑했고,
주저 없이 이별을 준비한다.
달궈진 작은 정원에 초록 거품이 넘쳐흐른다.
뜨거운 마음은 결국에 꺼지게 되어있고,
탄 자국만 남아서 생채기를 만들 테지만,
쌀쌀했다가 따뜻했다가
정신을 못 차리고 구르며 살다 보면
무른 생채기에 단단한 딱지가 앉을 것이고,
여름의 초록은 잊고,
매혹적인 가을 단풍에 미소 띠게 될 것이다.
절정의 여름이 기운다.
싱싱한 젊음이 지난다.
열정을 다 했고, 후회 없이 사랑했다.
아픔도 사랑이었다.
사랑이 아픔이었다.
여름의 끝자락, 작은 정원은 햇볕과 비를 여름 내내 풍족하게 맞아서 초록 식물이 정원에 넘치게 자라 있다.
볕과 비는 적당하면 사랑이고, 넘치면 고통이다.
가을이 되면 결국엔 모두 시들 테지만, 예쁜 단풍으로 다시 채워질 테고, 여름은 또 잊게 될 것이다.
마지막 구애를 위해 매미가 우주에 닿을 듯이 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곧 가을이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