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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om Dec 08. 2020

부부란 무엇일까?

부부의 세계를 뒤늦게 본 여자의 생각

요즘 재택근무를 다시 시작하면서 점심시간을 몹시도 자유롭게 쓰고 있다.

어제는 밥을 먹으며 뭘 볼까 둘러보다가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40여분으로 요약해놓은 영상을 발견하였다.

워낙 유명했던 드라마였고 결말도 알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오늘은 요 놈이다' 하고 영상을 틀었다.


드라마 내용은 참 막장이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그 과정에서 여자는 복수를 꿈꾸고 서로 미워하지만 아이 때문에,

아니 아이를 핑계로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지지고 볶는 그런 이야기.


가끔 헛웃음이 나오는 대사들을 지나치고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라던가..)

결말을 보고 나니 정말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 유명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우리 부모님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엄마에게 '이혼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빠가 미워서는 아니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게 정말 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엄마랑 아빠는 정말 서로를 많이 아꼈지만 '돈'에 대해서 서로 생각이 달랐고 결국 오해가 겹치고 겹쳐,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니 그때조차도 두 분은 서로를 애틋하게 여겼지만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늘 이야기했다.


" 아빠는 참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야. "


엄마는 내가 모르는 아빠를 알고 있었다. 나는 아빠를 '아빠'로 만났지만 엄마는 아빠를 한 인간으로 만났기에

아빠가 되고 나서 했던 일들을 모두 이해했다.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을 수 있다고 그렇게 우리를 이해시키려 했다. 


나는 아빠를 이해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이가 들고 나도 여러 연애를 하면서 사람 마음이 참 복잡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다가 헤어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만으로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있던 그 무언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면서도 '그래도'라는 마음을 가지는 이유가 뭘까?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자녀인 '준영'은 끝으로 갈수록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이것이었다.


[또 내 핑계야? 내 핑계 좀 대지 마.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그 소리만 들으면 돌아버릴 거 같아.]


결국 두 사람에게 자녀는 일종의 핑계에 불과했을 뿐, 

차에 뛰어든 남편을 안아주던 아내는 결국 남편을 끊어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잃고 나서야 그제야 남편을 끊어낼 수 있었던 아내처럼.

우리 엄마도 동생이 아프고 나서야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결혼한 지금,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남편과 그렇게 지지고 볶는 그런 사이가 되는 것일까?

아직까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남편을 사랑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느끼는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남편도 마찬가지로 나를 사랑하지만 언제나 1순위는 자기 자신이다.

연애 때부터 지켜온 각자 세상의 1순위가 무너지는 날 나도 엄마,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부부란 무엇일까?

아직 연애하는 것만 같은 이 신혼 기간이 지나면 마침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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