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 긴급함과 오줌의 긴급함
21.03.08
1년 만에 쉬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으로 늘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작년의 쉬는 시간은 5분이었다. 학교에 등교하는 날도 적었지만(그나마 강원도라서 타 지역에 비해 등교 가능 일수가 많았음) 일단 등교하고 나서도 압축 체제로 시간표가 돌아갔다. 압축 체제라고 하니 단어만으로도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기분이다.
압축 체제에서 수업 시수를 줄인 건 아니다. 대신 1교시를 9시에 시작하고(아침 활동이 날아갔다는 의미다), 쉬는 시간이 5분이었으며(얼른 오줌만 싸라는 의미다), 점심시간이 40분으로(소화하지 말라는 의미다) 쪼그라들었다.
압축 체제는 방역의 긴급함과 약간의 히스테리가 결합된 결과다. 나는 평소에 아침활동으로 독서도 하고, 그림책도 읽는데 그런 느긋한 워밍업이 사라졌다. 준비운동도 없이 돌입하는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이다. 부상이 속출하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지각쟁이들은 꼼짝없이 수업 초반을 날린다.
그다음은 점심시간. 밥을 워낙에 천천히 먹는 나는 체할 것 같았다. 평소에 밥을 퍽퍽 떠먹고, 오 분 만에 꿀떡 삼키는 녀석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거북이(나를 비롯해서)가 있다. 거북이에게 40분은 너무 촉박하다. 40분도 온전히 식사를 하는데 할애된 40분이 아니라 손 씻고, 교실에서 출발하여, 식사를 하고, 다시 복귀하는 전 과정을 포함하는 40분이다.
재료의 싱싱함을 느낄 새도, 특별 메뉴의 독특한 식감을 즐길 수도 없다. 쪽갈비나 생선처럼 먹기 번거로운 반찬이라도 나오면 나는 5분을 남기고 남은 친구들을 독촉해야 한다. 가슴이 미어진다. 목도 막히고. 켁켁. 안타깝게도 올해도 점심시간은 40분이다. 1년 간 목을 더 켁켁거려야 할 운명이다.
마지막으로 쉬는 시간 5분. 아, 5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앞 시간 교과서와 공책을 정리하고, 다음 시간 교과서 꺼내면 1분. 뻐근한 목도 두어 바퀴 돌리고, 어깨 풀어주면 1분, 화장실 다녀오면 3분. 끝이다. 친구와 이야기할 사이가 없다(그러라고 5분으로 한 거지만). 담임도 곤란하기는 매 한 가지. 칠판 지우고, 다음 시간 교육 자료와 지도서 꺼내고 훑어보면 3분. 화장실 다녀오면 2분이다. 아, 화장실은 언제 가지. 별 수 있나. 뛰어넘어야지. 나중에 가야지. 그런데 5분의 압박 때문인지 화장실을 의식할수록 방광이 조여든다. 원래 인간은 제약이 생기면 없던 욕구도 생긴다. 소변이야 그렇다 치고 대변은... 흐음,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쉬는 시간 10분을 누렸다. 스트레칭으로 허리 돌리기도 하고, 물도 한 잔 했다. 화장실에서 꼼꼼히 거품을 내어 손을 씻었으며, 핸드 드라이어 바람으로 손을 말렸다. 누가 들으면 굉장한 은혜를 입은 사람 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