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by 이준수

하 선생과 반대로 나 선생의 얼굴은 뾰로통하게 부어있었다.


“자기야, 왜? 무슨 일 있어?”

“우리 수학여행 버스 다시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버스는 다 끝난 문제 아니야? 위에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며?”

“근데 그게 아예 안 하는 게 아니라, 경찰 단속을 미루는 거였대요.”

하 선생은 급속히 얼굴이 구겨졌다. 학교 밥 먹으면서 느는 것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상부 지시에 생기는 물음표 뿐이다.

“단속을 안 하면 그냥 전세버스 타도 되는 거 아니야?”

“사고만 안 나면 상관없긴 한데…”

“아니아니아니, 또 뭐 규정 생겼어?”


하 선생은 나 선생보다 경력이 19년이나 많으면서, 후배 선생에게 사태 설명을 거듭해서 요구하는 버릇이 있다. 노안이 와서 작은 공문을 읽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는 했지만, 조퇴 상신 때는 마우스 휠을 조작하여 확면을 확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두 사람이 같이 인솔해서 가는 수학여행도 버스 예약 업무는 나 선생이 맡았다.


“단속을 안 한다고 해서 불법이 아닌 것은 아니거든요.”

“자기 나랑 스무고개 해? 좀 쉽게 설명해야지.”

“아, 넵…”


나 선생은 왈칵 눈물이 나오려는 걸 힘을 줘 참았다. 하 선생은 나 선생의 엄마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동료 교사이기도 했다. 엄마뻘 선배가 반 아이들 잡듯이 다그치면 본인도 모르게 눈물샘이 자극받는다.

“이제 현장체험학습 버스도 법적으로는 무조건 노란 통학버스 기준을 통과한 버스로만 가야해요.”


나 선생은 1학년에게 설명하듯 아주 천천히 말했다. 하 선생은 마치 나 선생이 잘못 했다는 듯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갑자기 통학버스가 뿅하고 생겨나는 것도 아니니 교사들이 항의하겠죠.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나 선생은 무의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수업하듯 ‘뿅하고’라고 의성어를 넣어버린 탓에 별안간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수학여행을 준비하며 1학기 내내 하 선생에게 시달렸던 탓일까, 정신이 나가버린 것만 같다.

“그래서 일단 계도기간이라고 해서 신고를 당하더라도 처벌을 안 하겠다고 한 거예요. 하지만 불법 행위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이 놈의 대한민국은 뭐만 하면 학교한테 지랄을 해!”


앞에서 갑자기 새된 소리로 빽 고함을 지르니, 나 선생은 귀를 틀어 막았다. 하 선생은 온 사회가 합심해서 교사를 모함하려 한다는 음모론에 빠져있다. 꽤나 진지한 음모론.


하 선생은 유명한 종말 음모론 카페에서 활동했다. 열심히 교사 말살 정책에 항의하는 게시글을 써 댔지만 그다지 호응이 없었다.


그녀의 레퍼토리는 한결같았다. 한국 사람들의 고질적인 저행복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극비 프로젝트 중 하나가 ‘교사 스트레스 샌드백 계획’이다. 교사를 사회적 샌드백으로 만들어 국민들의 울화를 받아내게 만든다나.


“아, 예. 그러게요…”

여러 번 하 선생의 울컥증에 당해 본 경험으로 나 선생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나긋한 표정으로 당신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듯이.


이 반응이 나와주지 않으면 하 선생의 음모론은 끝없이 계속된다.


“만약에요, 우리가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3중 추돌 사고가 났다고 가정하면요…”


나 선생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재작년에 태백 검룡소로 체험학습을 다녀오다가 여학생 한 명이 버스 안에 잔뜩 토를 한 기억이 났다. 냄새가 퍼지자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음식을 게워 올렸다. 나 선생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바닥을 닦았다. 손등에 토사물이 묻은 채로 나 선생의 머리는 여기저기 부딪혔다. 교사의 버스 내 3중 추돌 사고는 매번 있는 일이다.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험금을 안 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 불법 버스를 타다가 난 사고니까.”


매년 후배들을 협박해서라도 성과급 A등급을 쟁취하는 하 선생은 돈 얘기가 나오자 이해도가 대폭 상승했는지 눈을 부라렸다.


“그래서 저희도 수학여행을 취소하든가 통학버스를 구하든가 해야 될 것 같아요.”

“아니……. 그래도 교통사고라는 게 잘 날까?”

“잘못되면 보험 회사에서 우리한테 구상권 청구를 할 수도 있더라고요. 법적으로는!

하 선생은 눈을 가늘게 떴다.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

“나 선생, 잘 들어. 이건 음모야.”


턱! 어깨를 붙잡힌 나 선생의 코앞까지 하 선생의 얼굴이 육박했다.

“통학버스 작전에 선생들을 빠뜨려서 교묘히 없애려는 작전이지. 나는 세월호도 연관이 있다고 봐.”

“세월호요?”

“그런 게 있어. 나는 오늘부로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자기야 고마워.”


하 선생은 쏜살같이 회의실을 달려 나갔다.


잠시 후 1층에서 고막을 쨍쨍 울리는 소리가 났다. 나 선생은 골이 흔들리는 감각을 느끼며 내려갔다. 엄청난 괴성은 교장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 각성하셔야 합니다. 교장 선생님도 옛날에는 평교사였잖아요!”

“하 선생님, 제발 진정하시고 앉아서 차근차근…”

“당장 죽게 생겼는데 차분할 수 있겠어요? 수!!!! 나는 못 갑니다. 나를 잡아 잡수려고 판 함정에 제 발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요!”


화장실에 들러 세수라도 했는지 하 선생의 얼굴은 물광으로 번들거렸다. 머리는 사방으로 번개가 치듯 뻗어나갔다. 사신이 있다면 바로 저런 모습일 거라고 나 선생은 확신했다.


그렇지만 추하지는 않았다. 나 선생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본인이 낄 자리가 아니였다. 등 뒤에서는 기관총을 쏘아대는 듯한 하 선생의 음성이 복도를 강타했다. 낑낑거리는 교장 선생님의 신음이 코러스처럼 깔리며.


나 선생은 불법을 방조하는 국가의 공교육 교사라는 사실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별 수 있나. 까라면 까야되는 것이 공무원의 본분인 것을.


그러나 퇴근하면 하 선생이 말한 음모론 카페에 가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은 때때로 어리석은 외형을 하고 있다. 하 선생님 글에 하트라도 눌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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