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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Nov 10. 2023

내가 먹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feat 친환경 농산물)

'내가 친환경농산물을 선택한 이유' 공모전


내 몸의 기본 모드는 염증이다. 어릴 적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달고 살았고,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막염이 도져 진물이 흐른다.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그렇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렇게 태어나 버린 것이다. 대신 뼈가 튼튼하고, 다른 잔병 치레를 하지 않아 어느 정도 균형은 잡혀있으나 염증은 내 평생의 동반자다. 


이비인후과와 피부과를 참 많이도 다녔다. 미취학 시기부터 마흔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단골 환자가 되어 있으니 나는 건강보험료가 아깝지 않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원래 사람들이 병원을 이렇게나 자주 다니는 줄 알았다. 몸의 어딘가 아프면 나도 모르게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나처럼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면 더욱 '오래 건강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큰 아이도 나의 체질을 물려 받았는지 아토피를 앓았다. 조금만 바깥 음식을 먹으면 몸을 벅벅 긁고 피부가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나도 큰 아이도 샤워 후에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아토피 로션을 바르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러던 내가 몇 년 전부터 상태가 급속히 호전된 계기가 있다. 


바로 채식의 비중을 늘린 것이다. 처음부터 친환경 농산물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육식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51%에 이를 수 있다는 유엔 보고서를 읽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하자고 결심한 것이 시작이었다. 


윤리적인 만족감을 떠나서 먹다 보니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얼굴과 몸의 붉은기가 줄어들었다. 아이도 몸을 덜 긁었다. 진물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육개월, 일년이 지나더니 대형 종합병원에서 아토피 탈출 진단을 받았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병원을 찾던 나도 계절에 한 번 꼴로 병원가는 횟수가 줄었다. 평생 병원 신세를 지던 사람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채식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좋은 식재료를 찾게 되었다. 사소하게는 상추, 깻잎을 바꿨다. 단순하게 더 맛있고 싱싱해 보였으니까. 그러다 나중에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기본 양념장까지 싹 바꿨다. 친환경 재료로 전통 방식을 따른 제대로된 음식을 먹고 나면 얄궃은 음식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한 번 몸이 정화된 듯한 기분을 맛보고 나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피부도 말끔해지고, 체지방은 줄고, 미각은 더 예리해진다.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은 이제 우리 집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친환경 농산물에도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 유기농과 무농약이 있다. 일반인 분들은 두 용어를 혼동하거나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것을 먹어도 훌륭하지만 그 의미를 짚어보고 가자. 


우선 유기농은 비싸고 맛있으며 근사한 농산물에 붙는 마크다.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이다. 무조건 맛있고 영양가가 많다.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평생 모든 식사를 유기농으로만 하고 싶다. 


유기농 100% 라이프는 현실적으로 조금 힘들 땐 무농약도 훌륭한 대안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무농약 마크를 받으려면 조건이 꽤 까다롭다. 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내로 사용하여야 한다. 무농약 야채도 아삭아삭 시큼달큼 맛나다. 


수 많은 식재료가 나열되어 있는 마트에서 무엇을 사야할지 망설여 진다면 농림수산식품부의 인증을 믿고 무농약, 유기농 마크를 선택하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의 유기농 농산물 구입 경로는 크게 3곳이다. 한살림 협동조합, 초록마을, 어글리어스 UGLYUS. 요즘에는 어글리 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여기는 못생긴 유기농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놀랍게도 흠집이 조금 있거나, 크기가 약간 작거나, 색깔이 살짝 다르기만 해도 각종 농산물들이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장에서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반듯한 야채들만 만날 수 있다. 그럼 영양가는 똑같지만 외형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시장에 공급되지 않은 채소들은 어떻게 되느냐. 


그냥 버려지거나 헐값에 다른 식품 공장에 재료로 판매되거나 직거래 장터에서 소규모로 알음알음 거래된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아닌가.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굳이 예쁜 유기농산물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급할 때는 초록마을이나 한살림에서 정식 유통된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하지만 집밥용 식재료는 어글리 어스에서 박스 사이즈로 공급받고 있다. 


결코 특정 업체를 홍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구 환경을 살리자는 입장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친화경 농산물은 맛이 진하고 신선해서 나도 모르게 채식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마법 같이 소화가 잘 되고 피도 맑아져 건강검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요즘 피로를 호소하는 분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권한다. 합성 비타민을 먹지 않아도,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보약을 맞추지 않아도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우리 땅에서 자란 깨끗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으면 된다. 아주 맛있고 몸이 저절로 활력을 되찾는다. 친환경 농산물은 천 만 원 짜리 안마의자 보다 낫다. 진짜 먹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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