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의 오대산 국립공원 체험학습관은 극락이었다.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건물에, 전시와 설비는 온전했으며, 두 분의 정규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실내놀이터는 텅 비어있었다. 24도로 세팅된 에어컨이 냉풍을 팡팡 쏘아대고, 대형 사이즈 물소제습기까지 아낌없이 가동 중이었다. 홍보가 안 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고품질 공간을 우리 가족 한 팀이 전세내어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여우와 하늘다람쥐 그림에 색칠하는 동안 나는 눈을 감았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편안함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여기를 몰랐으면 좋겠다고. 정보의 격차는 진입장벽을 만들다. 우리는 우연히 진입장벽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 가끔 찾아와 느긋하게 우리 가족의 아지트로 머물다 가면 바랄 게 없다는 상상을 펼치는 순간, 아내가 입을 열었다. 마치 내 의식 안에 들어와 머릿속을 들여다 본 사람처럼.
“강릉 맘카페에 올려야 겠어. 에어컨은 같이 쐬어야지.”
그리고는 취재의뢰를 받아 청탁 원고를 쓰는
사람처럼 구석구석 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아내는 일어나자 마자 정성껏 포스팅을 올렸다. 두 권의 책을 쓴 작가가 아이들이 잠든 황금 같은 일요일 아침을 바쳐 쓴 글이었다. 포스팅에는 사람들이 오대산의 숨겨진 꿀단지를 얼른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다섯 시간 뒤 우리는 글의 여파가 궁금하여 다시 체험학습관을 찾았다. 내가 놀이방 구석 벽에 기대어 삼십 분 간 관찰한 바에 따르며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남자애들이 장난감 공을 마구 던져댄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고, 매트 위를 질주한다. 그냥 말하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 적어도 열 댓 명의 인원이 수시로 오가며 고요한 평화 대신 수선스러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는 머리가 어지러운데, 이 와중에 아내는 남의 집 머슴애가 사방에 던져놓은(보호자가 보고도 방치하는) 공을 주워다 정리하고 있다.
세상의 기득권과 진입장벽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인데 아내는 항상 먼저 박살내는 쪽에 서 있었다. 2007년 4월부터 현재까지 함께 지내온 아내는 쭉 그랬다. 나는 내 발치로 굴러온 공을 주워 풀장으로 다시 던져넣었다. 이런 게 재밌나? 나는 아내처럼 절대 살 수 없겠지만 세상에 아내 같은 사람이 많으면 전쟁은 없을 거라는 생각은 자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