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로토닌 마니아다. 나의 안녕한 인생을 위해 체계적으로 세로토닌 레벨을 유지해야겠다는 의지와 계획 그리고 실천경력이 있다.
세로토닌은 기분, 감정 안정, 수면, 식욕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신경전달물질이다.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세로토닌 수치가 적정 수준일 때 인간은 안정감과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 뇌과학에 푹 빠져 있었더니 이제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기분이 다운되면 '세로토닌 수치가 낮군' 하고 혼잣말하게 된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세로토닌 레벨이 떨어지기 쉽다. 춥다고 밖에 나가지 않아서 그렇다. 인간은 일정 시간 자연에서 햇볕을 쬐고 몸을 움직여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이틀에 걸쳐 하루는 양양 포매호, 또 다른 하루는 강릉 경포호에서 달렸다.
달리기를 포함한 유산소 운동은 뇌에서 트립토판(세로토닌 전구물질)의 농도를 높이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전구물질이란 세로토닌 같은 특정 물질이 만들어질 때 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얼어붙은 겨울 호숫가를 달릴려면 온몸을 단단히 감싸야 한다. 비니 모자와 목도리, 장갑, 기능성 외투가 필수다.
왜 러닝머신 보다 강, 호수, 바다, 숲에서 뛰는 게 좋을까?
햇빛에 포함된 자외선은 검버섯을 만들기도 하지만 비타민D 합성에 필수다. 비타민 D 합성 유도 과정에서 세로토닌 생성이 활발해진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마라톤 선수를 상상할 수 있는가. 강렬한 자연광 아래서 두 다리를 놀리는 사람은 내면의 세계에 칩거해 시달리려야 시달릴 수가 없다.
호수와 강가에는 물이 흐른다. 바람이 불어서 수면이 흩어지고,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하류로 떠밀리며 흐름을 만들기도 한다. 물소리는 반복적인듯 하면서도 조화롭다.
왜가리와 백로도 곽곽거리며 띄엄띄엄 운다. 자연의 소리는 뇌의 편도체 활동을 억제해 스트레스 반응을 줄인다. 산책을 하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게되는데 뇌의 각 부위에서 생물학적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강원도의 겨울 공기는 또 얼마나 맑은가. 양양군 포매호 인근에는 인가와 상가가 드물고 공장도 없다. 산과 논, 밭, 저멀리 풍력발전기 정도가 눈에 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도 신선한 공기만 가득찰 뿐 불쾌한 입자는 하나도 없다.
인적이 드문 경포호 둑방길을 달리노라면, 뇌가 깨끗한 산소를 듬뿍 빨아들인다.
겨울에 뭔가 실내에만 있었더니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싶으면 나가야 한다. 신발끈을 고쳐 매고 비니 모자를 눌러 써보자. 상쾌하게 달리고 나면 세로토닌 몬스터가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나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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