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줄이기, 시작할 땐 천천히, 뛰고 나서 보온하기, 기능성 의류 착용
러닝 인구 천만 명의 시대다. 남들 다 뛸 때 안 뛰다가 마흔 전에는 시작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러닝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뛰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운동화 하나만 마련해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러닝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고, 지도해 주는 사람도 따로 없었다. 달리기 도서 몇 권, 러닝 유튜브, 인터넷 카페를 참조하며 일단 몸으로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달렸다.
초보 러닝의 실수는 당사자인 초보가 가장 잘 아는 법. 좌충우돌하며 배운 초보 러닝의 흔한 실수를 다른 초보 분들도 본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달리기 고수에게는 상식이라도, 초보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 있다. 세상에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묵묵히 혼자서 뛰는 부류가 더 많다. 아주 기본적인 수준이라 할지라도 왕초보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추운 시기에는 부상이 잦으므로 기본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이제 삼 개월 차 러너인 나는 그야말로 모든 실수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저질렀다. 사소한 부상을 입어 뛰지 못하는 날도 꽤 많았다. 부디 나와 같은 초보 러너가 한 분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패 경험을 정리해 보았다.
시작이니까 파이팅 넘치게? 아주 위험합니다
실수 첫 번째. 러닝 극초반 시절, "이얍" 기합을 넣으며 힘차게 출발했다. 운동이란 자고로 기세 아닌가. 보폭을 벌리고 가열하게 뛰었다. 시작은 당당했다. 그러나 초반에 힘을 써서 후반부에 속도가 줄었다. 가령 3km를 뛰면 첫 1km가 가장 빠르고 점점 줄어드는 그래프가 나왔다. 뛰고 나면 어딘가 다리가 아팠다.
초반에 빠른 속도로 뛰어 나간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달리기를 할 때는 얇은 운동복을 입고 갔다. 새벽이나 밤에는 기온이 떨어진다. 자연스레 빨리 체온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기 전에 스트레칭했으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마음도 있었다.
몸도 달리기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초반 1km는 가볍게 뛰면서 몸을 데워야 했다. 만약 바로 뛰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걷다가 속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몸을 천천히 가동한다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수 두 번째. 러닝 복장도 꽤 중요하다. 나는 처음에 러닝화 하나만 마련했기 때문에 나머지 복장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다. 바람이 쌀쌀하다 싶으면 반팔 면 티셔츠에 품이 여유로운 니트를 껴입고 나갔다. 기온이 섭씨 2-3도로 떨어지는 밤에는 두터운 점퍼를 걸쳤다. 자고로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최고 아닌가, 이런 단순함 심리였다.
하지만 두세 번 뛰어보니 면 티셔츠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십 분씩 달리다 보면 땀이 뻘뻘 난다. 면 티셔츠는 땀을 잘 머금는다. 그럼 면 티셔츠가 몸에 달라붙고, 결정적으로 땀이 식으면서 매우 추워진다.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이었다. 두꺼운 점퍼도 곤란했다. 우선 팔을 자유롭게 쓰기 힘드니 속도가 나지 않았고, 덥다고 벗으면 들고뛰어야 했다.
러너들이 한겨울에도 상당히 추워 보이는 차림으로 뛰는 까닭이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할인율이 높은 '2023년도 시즌오프 기능성 상의'를 마련했다. 러닝은 체온 상승을 고려해 바람막이와 기능성 의류의 조합을 갖춰 입는 것이 가장 좋았다.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이 있어서 손품을 팔면 금방 좋은 가격에 기능이 괜찮은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안정적인 달리기 생활을 위하여
실수 세 번째. 뛰고 나서 너무 오래 걸으면 춥다. 러닝 초보는 체력의 한계로 오래 뛰지 못한다. 나 또한 3km 정도를 뛰고 나면 체력이 방전되었다. 그렇지만 운동 시간이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아 뛴 거리만큼 더 걸었다. 문제는 걸음 속도는 달리기 속도보다 느리다는 사실이다. 겨울철에 땀이 식어가는 몸으로 느리게 걸으면 금방 체온이 떨어졌다. 러닝 종료 후 짧게 마무리 운동 겸 걷기는 좋다. 그러나 체온을 빼앗기는 수준으로 걸으면 곤란하다.
나는 찬바람 속에서 걷다가 추워지면 다시 뛰었다. 그러면 열이 다시 올랐다. 하지만 이미 달리기를 한 상태에서 다시 뛰었으므로, 처음 설정했던 '운동 거리 목표'보다 무리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초보라 몸이 다듬어지지 않았는데 근육 피로도가 빨리 쌓였다.
3km를 뛰다가 갑자기 6km를 뛰게 된 날도 있었다. 바로 허벅지와 무릎에 통증이 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푹 쉬었음에도 다음날까지 여파가 남아있었다. 결국 사흘간 달리기를 전혀 하지 못했다. 오십 보 더 가려다, 백 보 후퇴한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계획한 거리만큼만 뛰고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운동하고 있다.
실수 네 번째. 발을 너무 뻗지 않아야 무릎을 살린다. '러너스 니(runner's knee)'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러너에게 무릎 통증은 흔하다. 겨울에는 근육과 인대가 딱딱해지기 쉬우므로 통증이 더 쉽게 발생한다. 나의 경우 발을 앞으로 뻗으며 착지하는 자세가 무릎을 혹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초보 러너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발디딤 과정에서 발생한다. 뒤꿈치로 쿵쿵 크게 떨어지거나, 발을 쭉 앞으로 뻗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뒤꿈치로 찍기보다는 뻗어서 문제가 되었다. 나는 내가 뛰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아내가 찍어준 달리기 영상을 보니 확실히 발이 앞쪽으로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보폭이 길어지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진다. 엉덩이 근육이 충격을 흡수하기 전에 발이 멀리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엉덩이 근육 사용이 줄어든 만큼 무릎에 부담이 간다. 혹시 나처럼 발을 쭉 뻗어서 문제가 되는 분이 있다면 몸을 10도 정도 앞으로 기울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자연스레 보폭이 줄어들게 된다.
달리기는 재미있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싶다
길 가다가 마주친 누군가의 운동화에 먼저 눈길이 간다. 이쯤 되면 나도 러닝에 푹 빠져버린 것 같다. 달리기는 재미있기 때문에 이 즐거움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그러려면 다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전문 선수가 아니라 직장인 취미로 달리는 사람이다. 기록에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럴 때마다 보폭을 줄이며 자세를 다잡는다.
나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뛰고 싶다. 그러려면 하체 근육을 충실히 다져놓아야 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양치질하면서 뒤꿈치를 주기적으로 들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져두면 부상없이 달릴 수 있지 않을까.
달리면 행복해진다. 이것이 짧은 러닝 생활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이다. 초보 러너 분들께서 나처럼 고생하지 말고 부디 안전하게 달리셨으면 좋겠다. 처절한 실수는 나 혼자로도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