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사람

2025.12.28

by 이준수

나는 직업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다. 일은 2009년부터 했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몸을 쓰는 교육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게으름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30만 년 전이다. 그러다 신석기시대가 되어 농업을 시작한 즈음이 약 1만-1만 2천 년 전이다. 산업 시대의 역사는 3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역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수렵 채집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수렵 채집 시대의 인간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사냥을 할 에너지를 아껴두지 않고 다른 여가 활동에 쓰는 인간은 금방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바로 '게으름' 본능으로 인해 인간이 망가지기 쉽다. 원시인들은 게으름 본능과 상관없이 살기 위해 하루에 10km 이상을 움직였다. 높은 나무에 오르고, 사슴을 쫓아 지치게 만들어 죽였다. 현재 우리의 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전자로 엄청난 근력을 유지하며 살았다.


반면 모든 것이 편리해진 현재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 게으름의 본능은 남아있는 채로, 신체활동은 적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유가 있다. 아궁이를 때던 시절에는 나무를 하지 않으면 겨울에 추워서 잘 수가 없었다. 무조건 나무를 해 와야 하는 것이다. 소를 키우려면 풀을 베고 솥에 삶아야 했다. 필수적으로 몸을 써야만 일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집을 봐도, 학교를 봐도 모든 것이 편안하다. 그래서 무섭다. 필연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어디를 가든 와이파이가 터진다. 스마트폰에서 무한 도파민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다. 가공식품은 자연식품보다 저렴하다. 선진국 특유의 복지시스템은 마음만 먹으면 전혀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심지어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적어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려면 몸을 써야 한다는 믿음이 점점 커진다.


이제는 전인교육의 우선순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 움직이지 않는 인간에게 미래는 없다. 아무리 기술이 개선되고, 식량 생산이 증가된다고 한들 움직이지 않아 망가진 인지, 정서 시스템으로는 결코 행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소위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어찌 되었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삶도 교육도 결국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까지 나의 결론은 행복하려면 게으름을 치워버리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멈춰 선 인간의 몸과 뇌도 썩는다. 너무 극단적인가.




매거진의 이전글달리기는 몸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