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에는 달리기

26.01.07

by 이준수

3.1절에는 전국 각지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유관순 열사는 총과 대포를 들지 않고 일제에 저항했다. 그런 뜻을 이어받아 러너도 우리 땅을 누비며 기미년을 기억하자는 달리기인 것이다. 태극기를 들고뛰는 분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응원해 본 적은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와 아내도 러닝화를 신고 도로에 서 보기로 했다.


강원도에서는 춘천과 강릉에서 제법 규모 있는 행사가 열린다. 나는 강릉에 살고 있으므로 당연히 강릉으로 신청. 참가비는 2만 원이었다. 대회 전에 티셔츠를 보내준다고 적혀있었다. 사실상 최소한의 참가비만 받는 것이다. 출발장소인 공설운동장도 멀지 않다. 이런 조건의 대회는 드물기에 거의 반사적으로 신청을 해버리고 말았다.


달리는 총거리는 9.5km로 일반적인 마라톤 대회보다 짧다. 그래서인지 대회 이름도 '3.1절 건강달리기대회'다. 단축마라톤이라 부르기도 한다. 3.1절을 기념한다는 취지도 좋지만, 달리는 거리가 짧아 초보 러너에게 자신감을 준다. 더구나 나에게는 기록 칩을 가지고 달리는 첫 대회다. 부상없이 꼭 완주하고 싶다.


대회까지는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완주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나는 최근 10km 이상 달리는 LSD 훈련(엘리트 러너에게는 조깅 수준이겠지만)을 두 번 마쳤다. LSD는 Long Slow Distance의 줄임말로 천천히 멀리 뛰는 훈련이다. 끝에 가서 다리에 약간 힘이 빠지긴 하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평균 페이스는 6분 24초. 10월에 5km를 뛰고 헉헉 댔던 생각을 하면 많이 발전했다. 그때는 입에서 피맛까지 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이다.


대회 준비 연습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의 '이동력'에 놀라고 있다. 나는 1987년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10km를 달려본 적이 없었다. 2026년이 최초다. 25kg이 넘는 짐을 지고 하루에 60km 이상 걷는 경험은 이십 대에 꽤 했었으나, 어디까지나 걷기였다. 나는 내가 이렇게 멀리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낯설다. 걸을 때는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다. 사람이 걷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런데 뛸 때는 매우 의식적으로 몸을 관찰하고 있다. 발바닥이 어떻게 바닥에 닿는지, 종아리가 어디까지 뒤로 올라가는지, 무릎은 얼마나 앞으로 나가는지. 모든 게 신기해서 요리조리 변화를 주며 달리고 있다. 일종의 '신체 실험'이다.


아, 편안한 얼굴로 완주하고 싶다. 대한독립만세, 신체해방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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