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스마트폰 금지' 이 책부터 읽어야 한다

by 이준수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수업 중 학생 스마트폰 사용이 법적으로 원칙 금지된다. 지난해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제20조의5 신설) 덕분이다. ‘스마트폰 금지’ 시행을 앞두고, 교사에게 추천할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세대》다.


스마트폰 금지는 단지 규칙 하나가 늘어나는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교실의 공기, 아이들의 주의와 정서, 또래 관계가 형성되는 방식까지 영향을 받는 빅뱅급 변화다. 나는 빅뱅을 대비하는 심정으로 조너선 하이트의《불안세대》를 읽었다. 그리고 깊은 충격과 확신을 얻었다.


2024년 작품이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다. ⓒ웅진지식하우스


학교 현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마트폰으로 몸살을 앓아온 공간이다. 쉬는 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구석에 숨어 스마트폰을 만지는 아이들은 언젠가부터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숨죽이면서 하는 게임, 화장실에서 올리는 SNS 포스팅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이었다. 언뜻보면 치고 박고 싸우지 않으니 평온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 해석하면 아이들은 실제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배우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수업 시간의 학생 집중력 저하, 자극적 콘텐츠 중독 같은 문제도 심각했다. 특히나 스마트폰 지도를 하지 않는 부모님이 계신 가정은 그 폐해가 고스란히 교실에서 나타났다.《불안세대》는 이 현상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 변화가 아이들의 발달 경로를 통째로 바꿔놓은 결과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이 놓여있는 환경과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진행중인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도 조너선 하이트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이트가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아이들이 성장기에 필요로 하는 것은 오프라인 세계다. 디지털의 빠른 자극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의 충분한 놀이, 몸의 감각, 위험을 관리하는 경험, 또래 관계 속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그 모든 것을 매우 효율적으로 빼앗는다. 스마트폰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바깥에서 뛰며 다치고 회복하는 경험을 놓친다. 대신 화면 속 세상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감정변화를 겪는다. 말초적 도파민 중독은 덤이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아이들의 폰 사용 시간이 많아서 우려된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불안과 우울, 수면 부족, 주의력 문제, 관계의 외곡까지 깊숙이 연루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구조적으로 학생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교실에서 보아온 장면들이 겹쳐지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우리 집 두 아이들이 사용하는 중고폰.


나는 교사이면서 초5, 초3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우리 집의 원칙은 단순하다. 두 딸은 오래된 중고폰을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최신 스마트폰이 아니면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사용하는 전화기는 내가 칠년 전에 구입한 단종된 LG폰이다. 배터리의 지속 시간이 매우 짧다. 심지어 LG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AS도 사실상 불가하다. 그래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짧으므로 큰 불편은 없다.


그럼에도 부모로서 때때로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은 존재한다. “사춘기가 되어서 불평하면 어쩌나” “친구들이 놀리지는 않을까”라는 불안이 슬며시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세대》를 읽고 난 뒤 나는 질문을 바꾸게 되었다. 지금의 편의가 아이의 몇 년 뒤 마음 건강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작년에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라는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일주일 간 자료 수집 기간을 주었다. 본 수업 전에는 찬성과 반대 측의 주장과 근거를 강화하는 별도의 공부를 했다. 그만큼 진지하게 토론 수업에 임한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아이들은 스마트폰 사용 찬성을 위해 온갖 논리와 자료를 동원했다. 개인의 선택권과 자유를 강조하는 헌법부터, 학생 인권을 다룬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침을 열심히 찾아왔다. 그렇게 정열적으로 두뇌를 사용하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게임기, 아니 스마트폰을 사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면은 내게 '도파민의 강력함'을 상징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불안세대》는 스마트폰을 악마화하는 책이 아니다. 왜 지금 아이들이 이렇게 불안한지에 대해 사회적·발달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어른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물론 감정적으로 과몰입해서 읽다보면 스마트폰에 뿔이 달린 듯한 착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새 학기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앞두고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이만한 책이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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