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4
두 딸이 경포호수 한 바퀴를 쉬지 않고 완주했다. 5학년인 큰 딸은 나와, 3학년인 작은 딸은 아내와 뛰었다. 아빠와 딸이 나란히 뛰고 있으면 많은 격려를 받는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러너는 박수를 치며 "멋지다"라고 여러 번 말씀해 주셨다. 내 눈에는 6분 페이스로 달리는 할아버지가 정말 멋져 보였다. 할아버지는 딸에게 두 발을 11자로 뛰어야 한다고 따뜻하게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본인의 손자도 중2인데 뛰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군살이 전혀 없는 날렵한 몸매셨다. 인상은 부처님 같았고.
올해는 온 가족이 함께 뛰는 달리기 대회 두 곳에 참가 신청을 했다. 5월 경포에서 열리는 '강릉 빵빵런'과 9월 울진에서 열리는 '금강송 마라톤'이다. 거리는 각각 5km. 나와 아내만 뛰기에는 달리기라는 행위가 너무나도 중요하게 느껴졌기에 가족 단위로 신청했다. 초등학교 교사 부부인 우리는 달리기가 성장기 어린이에게 무척 훌륭한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체력이 증진되고, 정신적으로 단단해진다. 스트레스 관리도 수월하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어린이에게 체계적인 달리기가 지금껏 충분히 권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든다.
큰 딸의 페이스역할을 맡은 나는 주머니에 ABC초콜릿 다섯 개를 챙겼다. 1, 2, 3km 지점에서 하나씩 줄 생각이었다. 두 개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예비 식량. 큰 딸은 지금껏 3km를 연속으로 달리는 연습만 하였다. 4.3km 길이의 경포는 처음이다. 예전에 3km를 함께 달려보니 8분 페이스가 롱런에 적합해 보였다. 속도 욕심을 더 낼 수는 있지만, 장거리 달리기 훈련의 80%는 유산소 능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한다.
경포호수 잔디 광장에서 몸을 풀고 가볍게 출발. 딸은 오른쪽 앞에 서고, 나는 왼쪽을 지켰다. 맑은 공기를 가로질러 햇빛이 얼굴에 부드럽게 닿았다. 바람은 차분하게 땀을 식힐 정도로 불었다. 괜찮아? 뛸만해? 어, 이 정도가 좋아. 7분 45초 페이스에서는 조금 숨이 차보였다. 다리에 힘을 빼고 8분 10초 페이스로 내렸다. 이제야 아이 숨이 고르다. 혼자 뛸 때와 달리 시계와 딸아이 얼굴을 수시로 살피게 된다.
ABC초콜릿의 비닐 껍질을 까서 딸에게 주었다. 꼭꼭 씹어 먹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딸아이와 함께 달리는 그 순간이 좋았다. 영원히 이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반짝이는 호숫가 옆을 천천히 함께 달리는 토요일이 근사했다. 십 대인 아이는 유연해서 금방 근육이 붙을 것이다. 나는 딸과 오래도록 뛰고 싶어서 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중에 나 대학생 되면 아빠랑 외국 마라톤 대회 나가서 풀코스 뛸래. 재미있을 것 같아."
도쿄, 파리, 베를린, 보스턴, 타이베이. 그곳이 어디든 딸과 함께 풀마라톤을 나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나는 그러자고, 꼭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자라주어서 고마웠다. 나와 스무여덟 차이가 나는 딸이 대학생이면 나는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 그때도 페이스메이커로 나란히 달리고 싶다. 내 소중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