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내성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 운동 모임에 가입할 일은 좀처럼 없다. 나 또한 혼자 달리고, 가까운 친구나 아내와 등산을 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될 때까지 운동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다. 별로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단체운동은 군대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뿐이었다. 또 다른 강제 운동 시기인 학창 시절은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다.
사람이 마흔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한다. 나는 얼굴에 무슨 책임 같은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꺼워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용감하게 러닝크루 연습에 나간 것이다. 시작은 러너가 운영하는 책방 '아물다'였다. 어느 날 10km를 달리고 방문했다가 '러닝 할인'을 받았다. 책방지기가 마라톤 싱글 러너인 데다, 서점은 러닝용품숍을 겸하고 있었다. 깨끗하고 포근한 공간이었다. 부부 사장님의 애정이 곳곳에 스며있었다.
책방지기님은 AMRC(아물다 러닝 클럽)의 대장이다. 책방을 운영하며 달리기 모임까지 하는 건 보통의 에너지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나는 오히려 안심하였다. 사장님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지성과 체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런 분이 리더인 모임이라면 나가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신뢰가 생겼다. 온라인 친목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뵙고 대화를 나누었기에 믿음이 갔다.
토요일 오전 7시, 강원대 트랙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모여있었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신발 사진을 찍었다. 발을 쭉 뻗어 러닝화로 둥근 원을 만들었다. 발도장 혹은 발의 연대. 역시 러너는 발이었다. 다음 주가 동아마라톤이기에 그룹은 크게 두 개로 나뉘었다. 서브3를 목표로 '역치주'로 내달리는 에이스 그룹과 자기 페이스에 맞게 달리는 그룹. 나는 게스트로 참여했기에(두 번 이상 훈련에 참가해야 단체 채팅방에 초대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후발 그룹에서 뛰었다.
팀 서브3는 로켓처럼 달렸다. 타타타타타, 굉장한 케이던스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지 않더라도 소리로 감지할 수 있었다. 기관총 같은 속도로 42.195 킬로미터를 뛰는구나. 나는 문득 자신의 뛰는 사운드를 녹음해 ASMR로 듣는 러너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바둑을 마치고 복기하듯, 자신의 발소리와 주변 소리를 다시 듣는 것이다. 숨소리는 굳이 넣지 않아도 좋겠지. 이상한 상상이었다.
한 시간 정도를 뛰었다. 뛰는 내내 틈틈이 대장님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었다. 게스트로 온 내가 심심할까 봐 아이디 '런소장'님은 계속 말을 걸어주셨다. 러닝 크루는 꽤 다정한 모임이었다. 훈련 거리는 10.67km, 페이스는 5분 57초. 트랙은 처음이었는데 바닥 면이 일정해서 뛰는 맛이 있었다. 대장님(아물다 책방지기님)이 몸을 풀고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아미노바이탈 5000 퍼펙트 에너지 팩이다.
대장님은 모임 회비도 받지 않는다. 그냥 순수하게 동호회로 클럽을 만들고, 사람들 사진과 영상을 찍고, 영양제를 준다. 대장님과 사모님은 어떻게 밝은 에너지와 마음을 유지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걸까. 달리기보다도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마음에 심장이 더 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