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초등학교 선생에게 학기 초는 무척 바쁘다. 나는 이번에 특이한 반을 맡았다. 학생 전원이 강원도 농어촌유학을 온 아이들이고, 모두 남학생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학급이다. 방학 중에 말을 별로 하지 않다가 개학을 하자 귀와 입이 바빠졌다. 들어야 할 것도 많고, 해야 할 말도 많다. 아이들은 출신도, 배경도, 모두 다르다. 학부모님 사정도 제각각이다. 올해는 교육과정도 '2022 개정교육과정'으로 전면 바뀌었다. 초등학교 특유의 복잡다단한 일상이 휘몰아치는 3월이다.
이런 형편이니 출근해서 퇴근까지 신경이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몸의 피로보다는 뇌의 피로가 컸다. 가만히 있어도 무수한 말과 문장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저녁을 먹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래도 몸 안쪽에서의 울림이 멈추지 않았다. 신경계 피로 증상이었다. 이런 날에는 가볍게 뛰어야 한다. 집안일을 끝내고 아홉 시 반에 러닝화 끈을 묶었다. 이십 분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머리는 여전히 지끈거리지만 차가운 공기가 닿는 순간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들으면서 천천히 뛰었다. 볼륨은 낮다. 오른발, 왼발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멍 때리듯 무의식적으로 발을 옮기며 1km, 2km를 나아간다. 타박타박 단순한 리듬에 뇌의 부기가 빠졌다. 실제의 뇌가 작아질 리 없지만 나의 감각으로는 틀림없다. 부어있던 뇌가 시원해지며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느긋하게 달리는 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무리 느리게 뛰어도 플리스 재킷은 러닝에 어울리지 않았다. 땀 흘려 달리는 행위를 두고 '회복 운동'이라고 불러도 될까. 약하지만 숨이 아주 조금은 차고, 4.5km를 달렸다. 굳이 분류하자면 중강도 운동의 가장 초입에 배치될 움직임이었다. 그렇지만 겨울에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글 때처럼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그것은 회복의 흐름이었다.
지치지 않을 속도로 달리며 누리는 나만의 시간이 좋았다. 가만히 이불속에 머무르며 쉬는 것과는 다른 결의 편안함이었다. 곧 체온이 내려가면 잠이 잘 올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한두 시간 전에 뛰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