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

17.09.01

by 이준수

유리창 너머


내손으로 탯줄자른

곧이어서 울음터진

네가저기 누워있다


안아들고 냄새맡고

네숨소리 듣고픈데


너는저기 유리너머

바구니에 인형처럼

눈감고서 새근댄다


네반쪽이 나로부터

왔다는데 우리막내

내딸내미 맞다는데

네얼굴이 낯설어서


창문가에 달라붙어
내새끼다 내새끼다

수백번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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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서른 하나에 둘째가 태어났다.

대한민국 남자 평균 초혼 나이가 서른 셋이라는데, 출산율이 0.977명이라는데 나는 미친 짓을 한 걸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와 아내는 이 미친 짓을 철저히 계획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둘째를 가지면서 나름 각오도 있었다. 어떤 말을 깨고 말겠다는 각오. 그 말은 내가 싫어하는 말 순위 중 탑10 언저리에 있었다.

"자식이 출세하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을 깰 수 있다면 나름 괜찮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무관심한 아빠는 안 되고 싶었다. 나는 첫째를 낳았을 때도 비슷한 마음이었는데 사진만 찍어댔을 뿐 이렇다 할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약속했다. 기왕 둘째를 낳는 미친 짓을 했으니 제대로 미쳐 보자고. 둘째가 태어난 날로부터 정확히 1년 간 매일 육아 기록을 남기자!

밑도 끝도 없는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아빠가 이 만큼 고생했으니 나중에 효도 해라 따위의 마음은 절대 아니다. 온 마음을 다해 꾹꾹 글을 썼으니까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만 알아줘, 같은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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