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2017.11 <좋은님 에세이>
아내는 면을,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찜닭을 주문하면 아내는 당면을, 나는 닭다리를 먹는다. 7년 연애 끝에 부부가 되어 어느덧 결혼 3년 차, 그사이 첫딸도 낳고 작년 12월에는 둘째도 들어섰다. 첫째 때는 아내 입덧이 심했다. 한겨울에 수박만 찾는 통에 온 동네를 뒤지고 다녔다. 그런데 둘째는 입덧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내심 고마웠다.
중국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로 한 날, 아내는 짜장면과 짬봉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짬짜면을 고르고 내게 물었다. "탕수육 시킬까?" 바삭한 탕수육을 떠올린 순간 순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구역질이 일었다. "우웩." 목을 내빼고 이상한 소리를 내자 아내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난 짬뽕을 주문했다. "짬뽕?" 평상시 좋아하지 않던 면을 먹겠다고 하니 이상했을 터. 하지만 나는 새빨간 국물에 담긴 굵은 면발이 짐심으로 먹고 싶었다. 혹시나 시켜 놓고 먹기 싫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국물은 얼큰했고 호로록 넘기는 면도 쫄깃했다. 짬짜면을 뚝딱 비워 내고 호시탐탐 내 짬봉을 노리던 아내를 애써 외면하고 몽땅 먹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딸을 재우고 자리에 누우면 가자미회 국수와 들깨 칼국수가 생각났다. 더 믿기 힘든 건 통닭집에서 풍기는 기름 냄새가 메스껍다는것. 그렇게 한달 간 고기를 멀리하고 온갖 면 음식을 섭력했다.
얼마 전 둘째가 태어났다. 우리가 바라던 대로 예쁜 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