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여행

18.01.02

by 이준수

부모의 여행


두딸앉은 카시트틈

딸랑이든 엄마다혜

엉덩이를 끼워넣고

겨우앉아 여행간다


유모차에 방풍커버

솜털외투 보온담요

겹겹이싸 움직이고


아기띠와 기저귀랑

손수건을 가득담아

부푼가방 들쳐맨다


자던둘째 똥을싸고

배고파서 울먹인다


수유실에 엄마가면

남은아빠 첫째안고

손씻기고 빵먹인다


사람보다 많은짐을

조랑조랑 달았대도


카페라떼 한모금과

마들렌에 만족하는

보편적인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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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뚜벅이다. 바퀴 달린 것보다 두 발이 자유롭고 좋다. 아내도 뚜벅이다. 둘 다 뛰는 건 못 해도, 오래 걷는 건 자신있었다. 우리는 걷고 걸으며 살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8월에 태어났다. 9월까지는 산부인과와 조리원에 있느라고, 12월까지는 백일도 안 지난 데다가 바람이 쌀쌀하다고 못 나갔다. 땅을 두 발로 느껴야 행복한 나와 아내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12월까지 잘 버텼는데, 풍경 하나에 무너지고 말았다.


1월 2일 베란다에서 나는 태백산맥과 전천 둘레에 솟아오른 갈대를 보았다. 철새가 날아다니고, 자전거를 탄 남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흔한 강원도의 겨울 풍경이었지만 내게는 그저 맑고 담백하게 보였다. 오히려 이런 날 걸으면 외투 안에서 땀이 솟아 적당히 기분 좋게 몸이 풀린다.


아내를 불렀다. 아내도 내가 본 풍경을 보았고, 한숨을 쉬었다. 말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실내 코스면 괜찮을 거야."


우리는 이민가는 사람들처럼 온갖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이들을 꽁꽁 싸매고 길을 떠났다.


한 시간을 걷기 위해 두 시간을 끙끙댔지만, 카페라테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마들렌을 김밥처럼 우적우적 먹어대야 했지만 나는 좋았다. 내년 겨울은 지금보다 더 걸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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