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정원

19.01.02

by 이준수

한때 밀폐 테라리움(contained terrarium)에 꽂힌 적이 있다. 밀폐 테라리움은 유리로 밀봉된 병 안에서 작동하는 완벽한 순환 생태계를 말한다. 작은 자연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몇 해 전 한 할아버지가 화제였다. 그는 1960년, 병 속에 식물을 넣고 밀봉했다. 그 후 53년간 물을 주지 않았는데 자체적으로 공기, 영양분, 물이 순환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유지했다. 조건만 맞으면 가능하다.


오늘 교실에서도 테라리움과 비슷한 정원을 만들었다. 아주 정교하지는 않지만 물의 순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다. 제작 과정은 간단하다. 테이크아웃 커피 컵에 식물을 심고 물을 준 뒤, 그 위를 다른 컵으로 덮고 밀봉한다.


일종의 닫힌계(closed system) 만드는 것이다. 이 작은 세계에서 물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했다가, 차가운 외부 공기를 만나 응결한다. 응결한 물은 다시 뿌리로 흡수되어 생장에 쓰인다.


아이들은 물을 액체 상태로만 간주하는 오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플라스틱 통 내부에 맺힌 물방울을 보면서 수증기가 물로 상태가 바뀌었음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실험을 하는 것이다. 바른 개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 지구도 우주에 떠다니는 일종의 테라리움이다. 상상해 보자. 비가 내린다. 비가 대지를 적시고, 바다로 흘러간다. 뜨거운 태양과 바람이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구름을 만든다. 그리고 다시 비가 내린다. 순환한다.


오늘 점심에 마신 물이 백악기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싼 오줌일 수 있다. 진짜 오줌이 아니라 오줌에 섞인 수분의 일부가 돌고 돌아 현재까지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지구의 자원은 일회용이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변이, 순환하여 다음 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의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면 우주 자체가 무환 순환하는 재활용 센터다.


태양보다 무거운 별들은 수명이 다하면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때 태양이 100억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며 엄청나게 밝게 빛나는 초신성이 된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 폭발 과정에서 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재료가 되는 규소, 산소, 철, 탄소 같은 원소들을 함께 내뱉는다(코스모스에서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땐 내 몸이 저 먼 은하계로 튕겨나가는 기분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한 별이 죽음으로써 새로운 별과 그 별에 움트게 될 생명체의 씨앗이 탄생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 신체를 구성하는 원소나 울창한 숲의 나무도 과거에 존재했던 이름 모를 별의 흔적이다.

모래 한 알에 우주가 담겨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흙에서지렁이나왔다고징징거리는아이들이있는여기가바로나의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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