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너머

1-2주/ 17.09.01

by 이준수

유리창 너머


내손으로 탯줄자른

곧이어서 울음터진

네가저기 누워있다


안아들고 냄새맡고

네숨소리 듣고픈데


너는저기 유리너머

바구니에 인형처럼

눈감고서 새근댄다


네반쪽이 나로부터

왔다는데 우리막내

내딸내미 맞다는데

네얼굴이 낯설어서


창문가에 달라붙어
내새끼다 내새끼다

수백번을 외워본다


IMG_7529.JPG


내 나이 서른 하나에 둘째가 태어났다. 큰 아이에 이어 딸이었다.


대한민국 남자 평균 초혼 나이가 서른셋이라는데, 출산율이 0.977명이라는데 나는 미친 짓을 한 걸까. 사람들은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했다. 내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내가 들리는 범위에서 '농담'으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웃고 있어서 그 농담이 보편적인 것임을 알았다.


나와 아내는 이 미친 짓을 철저히 계획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아이와 엄마 모두 다치지 않고 출산을 마쳤다. 나는 둘째를 낳고 약간의 오기가 생겼다. 기왕 젊은 날에 둘째까지 낳았으니, 참견 잘하는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편견을 깨보고 싶었다.


"자식이 출세하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무관심과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 또한 유명한 농담이다. 무례하고 씁쓸하고, 외면할 수 없는 농담. 할아버지의 재력이나 엄마의 정보력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아빠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네가 출세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너를 마음껏 사랑하겠다는 다분히 자기만족적인 결심을 했다.


'딱 일 년 만이라도 매일 가족 이야기를 담은 육아 시를 남겨보자.'


아빠가 이 만큼 고생했으니 나중에 효도해라 따위의 마음은 절대 아니다. 네가 살면서 흔들리고 지칠 때 너를 이만큼이나 사랑하는 아빠가 버티고 있으니 내게 기대어 쉬어. 이 말을 오랫동안 나누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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