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억 주면 진심

5-6주/ 17.10.04

by 이준수

십억 주면 진심


둘째애도 딸이구나

아들내미 낳아야지


아들보다 딸이좋죠

둘이니까 더좋구요


웬만하면 셋째낳지

옛날에는 배고프고

힘들어도 다섯여섯

거뜬하게 키웠다고


제통장에 십억넣고

그말하면 진심어린

충고라고 믿을게요


십원짜리 동전하나

안주면서 입만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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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자기에게 옳은 것이 남에게 옳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틀릴 수 있다고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세상에는 사려 깊은 사람만 있지 않았다. 나의 처지를 헤아려주지 않는 타인은 쉽게 충고를 퍼부었고 나는 그것을 오지랖으로 받아들였다.


딸만 있으면 안 돼

셋째 낳아

내가 예전에는 말이야


그들은 내가 인상을 찌푸리거나 반박을 하면, 왜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냐며 화를 내고 실망했다. 우리 반 6학년 아이보다 못한 어른을 만날 때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나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언젠가부터 누군가 쉬운 충고를 건네면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상태로 말수를 줄이거나 장소를 뜨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의도와 감정이 받아들여지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점에서 무례한 사람은 아기 같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 말고, 떼쓰고 징징거리는 밉고 늙은 아기. 만일 그 아기가 내게 십억을 먼저 주고 충고한다면 나는 진심 어린 충고라고 믿을 것 같다. 어쩌면 셋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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