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주/ 18.01.02
부모의 여행
두딸앉은 카시트틈
딸랑이든 엄마다혜
엉덩이를 끼워넣고
겨우앉아 여행간다
유모차에 방풍커버
솜털외투 보온담요
겹겹이싸 움직이고
아기띠와 기저귀랑
손수건을 가득담아
부푼가방 들쳐맨다
자던둘째 똥을싸고
배고파서 울먹인다
수유실에 엄마가면
남은아빠 첫째안고
손씻기고 빵먹인다
사람보다 많은짐을
조랑조랑 달았대도
카페라떼 한모금과
마들렌에 만족하는
보편적인 가족여행
나는 뚜벅이다. 바퀴 달린 것보다 두 발이 자유롭고 좋다. 아내도 뚜벅이다. 둘 다 뛰는 건 못 해도, 오래 걷는 건 자신 있다. 우리는 연애 시절부터 걷고 걸으며 살았는데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8월에 태어났다. 9월까지는 산부인과와 조리원에 있느라고, 12월까지는 백일도 안 지난 데다가 가을바람이 쌀쌀해서 못 나갔다. 두 발로 땅을 디뎌야 행복한 나와 아내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연말까지 잘 버텼는데, 바람 부는 풍경 하나에 무너지고 말았다.
새해가 시작되고 하루 지난날, 베란다에서 나는 멈춰 섰다. 푸른 태백산맥을 배경으로 전천 둘레에 솟아난 갈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하늘에는 철새가 날아다니고, 강 옆으로는 자전거를 탄 남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맑고 담백한 강원도의 겨울 풍경이었지만 내게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날 걸으면 외투 안에서 땀이 솟아 적당히 기분 좋게 몸이 풀린다.
아내를 불렀다. 아내도 내가 본 풍경을 보았고, 한숨을 쉬었다. 말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실내 코스면 괜찮을 거야."
우리는 이민 가는 사람들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아이들을 꽁꽁 싸매어 길을 떠났다. 엄청나게 번거롭고 불편한 강릉 나들이였다. 한 시간을 놀기 위해 세 시간을 끙끙댔다. 카페라테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고, 마들렌을 김밥처럼 우적우적 먹어대야 했지만 우리는 좋았다.
내년 겨울은 지금보다 더 걸을 수 있을 거라고 희망에 부풀어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