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주/ 18.02.13
나이듦
소심하고 예민하고
우울했던 십대시절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유조차 몰랐었다
알수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오면
겉으로는 조용하게
속으로는 터질듯한
가슴팍을 억누르며
어렵사리 버텨냈다
근데문득 이젠그냥
마주해도 괜찮겠단
용기나서 돌아본다
지금까지 외면했던
검은장막 걷어내니
저아래에 상처받아
훌쩍이는 소년있다
그아이가 안쓰러워
쓰다듬고 안아준다
힘들었지 고생했다
그만하면 괜찮았다
울던소년 진정한다
나이듦이 싫지않다
내가 하지 못했던 걸 아이에게 바라지 않기.
늘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만의 약속이다. 나는 힘겨운 십 대를 보냈다. 집에 돈이 많았으면 했고, 아빠처럼 운동 잘하고 활달한 성격이었으면 했고, 단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내 이름을 건 가게에서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가계 사정은 빠듯했고, 평범한 운동능력을 가진 내성적인 나는 바뀌지 않았다. 뒤틀린 나는 세상의 복잡성과 추악한 모습만을 보았고, 내면은 괴물처럼 어두웠다.
나는 꽤 오랫동안 십 대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악몽이었다. 꿈에서 나는 욕을 하고, 마구 싸우며 피를 튀겼다. 악다구니를 지르고, 울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짓눌렀던 걸까? 성공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욕망, 남들이 나를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공명심, 모든 걸 놓아버리고 아무런 압박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절실함. 그 밖의 수많은 욕구와 설익은 감정들.
그러다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지금도 가끔 십 대 기억을 떠올리면 불쑥 시커먼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느낌을 받는다. 7월의 태양빛이 강렬할수록 그늘이 짙은 것처럼 행복한 지금의 내 안에도 그림자가 구석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서른이 넘어서야 나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내 아이에게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욕심부리고 싶지 않다. 서투르고 부족한 아이는 때가 되면 저절로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지금 당장 못 한다고 밀어 붙이며 다그치고 싶지 않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는 말.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