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 말

49-50주/ 18.08.09

by 이준수

하지마, 말


연재앓던 중이염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약먹고서 삼일만에

언니한테 까불까불

스티커를 잡아채고

머리카락 당겨본다


지난며칠 언니라고

연우역시 고생했다


엄마몰래 가끔동생

쥐어박고 밀어줘야

자기놀던 장난감을

지키는데 못그랬다


기운차린 연재와서

예전처럼 방해하니

뽀로로를 사수하랴

신경다시 곤두섰다


내장난감 만지지마


동생얼굴 밀치고서

아빠눈치 살살본다


아빠안돼 하지마말


아무말도 안했는데

잔소리좀 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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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에게 늘 미안하다. 나와 아내의 유일한 아이로 사랑을 독차지하던 연우는 두 돌이 갓 지난 무렵에 언니가 되었다. 우리의 관심은 더 어리고, 더 약한 둘째에게 약간 치우치게 되었고 큰 아이는 혼란에 빠졌다. 당연히 독점인 줄 알았던 모든 장난감과 책은 동생과 함께 쓰는 물건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양보해야 했다.


우리도 은연중에 큰 아이가 언니 노릇을 해 주길 바랬다. 동생을 예뻐하고, 챙겨주길 기대했다. 큰 아이는 가끔 동생을 쥐어박았다. 아끼는 책을 찢고, 사랑하는 엄마를 빼앗아 가고, 장난감을 침범벅으로 만드는 동생이 예뻐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큰 아이가 동생보다 겨우 24개월을 더 산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둘째가 울면 큰 아이를 혼냈다.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는 논리로 잔소리하는 부모 자신을 합리화했다. 내 목소리가 커지면 첫째는 겁을 먹고 울먹거렸다. 그제야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서투르고 모자란 내가 미워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눈물을 쏟고도 큰 아이는 엄마 옆에서 쌔근쌔근 잤다. 어느새 키가 자라서 다리 끝이 엄마의 허리를 훌쩍 넘어 있었다. 이렇게 잘 자라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난 무얼 바래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아이 볼에 뽀뽀하고 이불 덮어 안아준다. 사랑해 딸. 미안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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