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혜씨 중심주의

47-48주/ 18.07.25

by 이준수

최다혜씨 중심주의


그제부터 이상했다


하루종일 끙끙앓던

아내태워 응급실서

수액맞고 돌아온다


원인불명 두통증상

당직서던 의사조언

신경과에 가보세요


예상치도 못한말에

겁이나서 핸들잡은

손이벌벌 떨렸었다


괜찮겠지 싶었는데

어제밤에 다혜가또

어지럽고 메슥거려

일찌감치 자리폈다


죽은듯이 자고있다

쉬고있는 모습인데

의사소견 생각나서

바보같이 슬퍼진다


내일당장 병원가자

큰병이면 어떡하니


사랑니를 안뽑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어

치과부터 갔다올게


오늘아침 깨자마자

집앞치과 보냈더니

아무상관 없다했다


오후일정 다접고서

동인병원 신경과로

달려간다 우는연재

어루면서 시티결과

기도하며 기다린다


백분의일 그확률을

비켜가요 우리다혜

안아프게 해주세요


끼익끽끽 의자끄는

소리나고 다혜온다


출산후에 호르몬이

변화해서 편두통이

온거라고 괜찮다고


오늘부로 우리집의

운영방침 변경한다


모든일은 최다혜씨

중심으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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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나의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찾아온다. 혼자 남겨진 자의 쓸쓸함과 아이들을 어찌 건사하여 키울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아내는 출산 이후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하루 만보를 우습게 찍던 강철의 여제는 칠천 보가 버거워졌고 근력이 확 줄었다. 아이를 안거나 업으면 허리가 결리고 어깨가 끊어질 듯 아파했다. 컨디션 저하로 보기에는 빈도가 잦았다.


어느 날부터는 두통이 아내를 괴롭혔다. 그건 보통 두통이 아니었다. 타이레놀이 아니면 잠을 잘 수 없었다. 독감과 일반 감기가 다른 것처럼 아내의 두통은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토와 어지러움을 동반했다.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어서 누워 있어야 했고, 음식은 들어가는 족족 게워냈다.


응급실에도 몇 번 갔고, 지역 종합병원을 거쳐 아산병원 교수님 특진까지 받았으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검진 결과 별 다른 이상은 없으나, 무리하지 말고 자주 쉬라는 조언을 들었다.


나와 아내는 똑같이 사랑해서 우리를 절반씩 빼 닳은 딸 둘을 세상에 오게 하였는데, 아내만 아프다. 아내는 열 달 아이를 품고, 낳고, 젖을 먹이느라 몸의 구성이 변했다. 호르몬이 바뀌고, 근육이 줄고, 뼈 밀도는 낮아졌다. 나는 아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평생에 걸쳐 메워줄 생각이다. 온전히 옛날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여도 아내가 꿈꾸는 것들을 우선순위로 올려놓을 것이다. 부모 중 나도 '부父'인데 '모母'만 손해 보는 건 공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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