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51-52주/ 18.08.31

by 이준수

탄생


아버지가 되어서야

사람인생 사랑으로

사는줄을 알게된다


내한몸만 챙기다가

나를닮은 두녀석을

이세상에 데려오니


말한마디 표정잠깐

손짓발짓 하나하나

사랑아닌 것이없고


세상사람 모두모두

다똑같은 사랑으로

이세상에 나왔으니

이전과는 달리뵌다


내가딸을 만든것이

아니오라 딸이와서

나를새로 태어나게

하였으니 참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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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365일 간 매일 육아 시를 썼다. 그냥 지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를 쓰려는 사람 눈에는 보였다. 나는 시인이 아니고, 시를 배운 적도 없고, 내가 쓰는 게 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랑하고 아끼는 감정만 진실하면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기에 계속 썼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기록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시집갈 때 글을 묶어 책 선물로 줘야지 같은 막연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여름이 가고 단풍이 떨어지고, 함박눈이 쌓일 무렵에서야 깨달았다. 나는 나를 위해 쓰고 있었다. 글을 쓰는 내내 행복했고, 다음 날이 기다려졌다.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좋은 삶이었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소하고 건강한 행복을 하루하루 쌓아가면 된다. 평범하지만 완전한 해법이다. 감각적 쾌락에 머무르지 않고, 내가 왜 특정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지 관찰하고 생활 태도를 다듬어 가면 더욱 좋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족들과 더 자주 걷는다. 추암해변을 거닐고, 경포 습지를 돌고, 삼화사 계곡길을 오른다. 킥보드를 타고 오일 장에 가서 자두를 사 오고, 로스팅 카페에서 브라질 세하도 원두를 받아와 커피를 내린다. 이 밖에도 사소한 수 백가지 작은 행복이 있다.


육아 기록을 남기면서 행복의 방법을 하나하나 또렷이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한 대부분의 순간에는 아내와 딸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물 같은 1년이었다.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미친 짓이 아니라 알면 알수록 행복한 짓이다. 이 깊고 달콤 쌉싸름한 행복을 내 이웃도 맛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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