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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놀랄 무서운 일 1

내란과 계엄을 겪고

by 일렁

12/3 계엄이 선포되었다.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바로 오지 않아서 동영상을 보다가 계엄이라는 큰글씨를 보고 알았다.

처음에는 무언가 싶었다. 그럴리 없기 때문이다. 계엄이라니. 곧이어 포고령이 낭독되었다. 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계엄이라니!

초등학교 시절 나는 광주항쟁을 보았다. 반상회 아주머니들이 빵과 김밥과 물병과 음료수를 건네주던 모습을.

TV등에서는 폭도들을 조심하라고 연일 떠들어 댔다. 누가 폭도이고 누가 아닌지 도무지 알수 없었던 때.

죽어 가마니에 덮여 1톤 트럭에 실려 다니는 애원하던 울음같은 목소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시민여러분 전두환이 우리에게 총을 쏘았습니다. 계엄군이 시민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김대중을 석방하라 독재타도"

임시휴교로 거리를 돌아다니던 나는 가마니 아래로 삐져나온 피묻은 발을 보고 냅다 집으로 향해 달렸다. 세명은 그렇게 트럭 짐칸에 실려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 여기저기 떠돌던 흉흉한 소문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젓가슴을 칼로 도려냈다더라, 임산부 복부를 갈라 태아를 죽였다더라 등등등. 한동안 휴교가 지속되니 반찬거리도 다 떨어져갔다. 할머니는 양동시장에 가서 상인들이 냅다 떠난자리에 남겨진 야채들을 들고 왔다. 배추 몇이파리는 불과했지만 할머니는 엄마에게 내주며 배추국이라도 끓이라 하셨다. 그리고 약간의 열무로는 얼가리 맛김치를 담그셨다. 그때처럼 할머니가 강해보인적도 없었다. 그 무서운곳을 뚫고 먹거리를 주워오시다니. . .

아빠는 담벼락에 솜이불을 거셨다. 유탄에 맞아죽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하시면서 들여놓은 솜이불을 치렁치렁 벽에 거셨다. 그리고 이불 머리맡에는 몽둥이로 쓸만한 딴딴한 막대기를 놓고 주무셨다. 밤중에 들어와서 총을 갈긴 군인들이 있다고 하시면서. 어두워지면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인상을 쓰며 단속하셨다. 세상에 없던일들이 마구마구 일어나던 때라 보는것들이 모두 신기하고 두려웠다. 그때 폭도들은 민주열사였었고 그들은 518묘역에 모여있으며 묘지는 성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 계엄을 다시금 만났다. 그간 유투브를 통해 계엄 어쩌고저쩌고 듣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현실로 나타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다 말겠지. 지금이 어느세상인데...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들은 미쳐있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그들은 전혀 딴 세상에 살고 있었다. 거짓과 분노로 점철된 이상한 세계. 큰소리로 주장하고 우기면 되는 그런 쉬운 그들만의 세상.

얼른 TV를 켰다.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군인들의 핼기가 의사당 마당에 착륙하고 있었다. 국회로 장갑차가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시민들이 서 있었다. 군인을 막고, 핼기에서 내린 공수부대를 막고 그리고 장갑차를 막아섰다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모여들고 있었다. 긴박감이 넘치는 순간이었다.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결의하면 계엄이 해제될 것이기에 의원들은 그 일을 하러 하나둘씩 국회로 들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 중계를 하며 국회담을 넘었다. 조마조마한 순간들이었다. 군인들은 도무지 왜 그 시간에 국회로 몰려갔단 말인가! 그런데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건 무엇인가? 계엄해제를 막으려는 속셈이었다. 아! 이들은 계엄을 지속하고자 했다. 왜? 계엄은 군인의 통치를 의미하고, 그것은 비정상적인 일상을 의미했으며 결국 대통령과 군인이 원하는 세상을 의미했다. 숨막히는 격전끝에 우의장은 비상계엄선포 해제를 의결했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었다.

대통령씩이나 된 자가, 국방부장관씩이나 된 자가, 총리씩이나 된자가 그리고 이나라에서 월급을 타던 정부요인들이나 된 자들이 모조리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데 동조하거나 적어도 방조했다.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를 겨눴고 포신을 겨눴다. 아!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어둠속에서 그들의 눈빛을 볼 수 없었다. 적외선 투시경에 완전무장을 한 군인들은 현실에서는 너무 낯설었다. 일찌기 보지 못한 복장이었다. 야간업무를 목표로 나선 것이 분명했다. 총을 들고 나선 것도 분명했다. 한발의 총알도 발사가 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창을 깨고 국회 진입을 시도한 군인들, 사람들을 밀치고 몸싸움을 하며 국회로 말을 디딘 군인들은 어떤때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어떤때는 몸싸움을 힘겨워하는 것 같았다. 무슨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군인들을 박아선 국회종사자들과 국회바깥의 시민들은 온힘을 다해 그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죽을 힘을 다해 그들을 돌려세우고자 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그들 앞에 막아섰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 최고지휘자였는데, 나라를 지키라고 했더니만 시민에게 총을 겨눴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이라 생각하고 이제껏 살아왔다니. 우리나라와 우리 시민들이 너무나도 가여워졌다.

계엄을 모의한자, 내란을 계획하고 행동한자, 그리고 외환을 도모하고 행동한자들을 모두 찾아내야한다. 불안과 죽음을 몰고온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 하나하나 찾아서 그 죄를 나열하고 법에 씌여진대로 처벌해야 한다. 총을 겨눈자도 총을 겨누라고 명령한자도 모두모두 그것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죄지은만큼 벌을 주어야 한다. 섣부른 동정이나 여린마음은 금물이다. 또다시 총을 겨누고 폭탄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다시는 그런일을 계획하지도 벌이지고 못하게. 그런 생각마저도 못하게.

12/12 반란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비극을 우리는 안다. 그들은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상도 보호도 받지 못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온가족이 함께 나누어지고 살았다. 그들은 의인이었다. 의인에게 우리는 사회 안에서 존경하고 보호하고 그리고 보상해야한다. 의인은 칭찬받고 잘살아야 하며 악인은 벌받고 못살아야 한다. 그래야 군인을 함부로 움직여 총을 겨눌 생각을 못하지 않을까? 그런데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반란을 했던 무리들이 아직도 잘살고 있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그들을 용서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내란을 다시보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용서는 합당한 벌과 반성이 있을 때 하면 된다. 결코 이들을 용서해서는 안될 일이다. 섣불리 용서해주다간 우리는 그들의 총에 마침내 죽음을 맞을 것이다.

12월 29일이다. 일요일 오늘은 무안공항에서 비행기 한대가 랜딩기어를 못내리고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벽에 무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181명 중 2명이 구조되었고 179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아! 명복을 빕니다.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부디 새 세상에는 사고도 고통도 없기를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내란을 벌이고 있는 대통령이 SNS에 메시지를 보냈다. 참사에 애도하고 위로를 보낸다고! 그래 그럴수 있겠다 싶지만 지금 그는 그런말을 하기전에 수사를 받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계엄과 내란으로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시민의 목숨을 탐한 죄에 먼저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무슨!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이들은 낮짝이 없다. 기분이 더러워지고 분노가 치솟는다. 우리나라가 뭐 그리도 잘못했단 말인가! 이런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이런 자들이 함께 모여 계엄과 내란을 실행했으니. 그런데 그들중 어느누구도 용서를 빌지도 죄를 고백하지도 않는다. 아! 세상에 이런자들도 있구나! 박복하다 생각해본다.

얼마전 한강작가가 노벨상을 타는 광경을 유투브로 보았다. 그녀의 말 과거가 현재를 구하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했다는 말. 사랑은 팔딱팔딱 뛰는 심장과 심장을 잇는 금줄이라던 그녀의 말. 지금 우리는 과거의 죽은자들에게 빚지고 있다.

시민들이 총과 장갑차에 맞설때, 군인들과 장갑차가 더는 시민을 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과거와 죽은자들의 음덕을 보았다. 탄핵을 외치며 광장으로 도로로 나간 수십만 시민들! 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탄핵을 시키고 내란과 외란을 종식시키고자 했다. 광장으로 달려나간 시민들은 10대-30대 젊은 층이 대다수라고 했다. 이제 나는 미래에도 빚을 졌다. 광장에 딱 한번밖에 나가지 못한 나는 탄핵과 내란과 외환저지를 위해 날마다 투쟁한 젊은이들에게 빚졌다. 이제부터 그들에게 양보하고 그들에세 세상사는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며 그들에게 진 빚을 갚아가야 겠다. 아름다운 불빛들. 젊은이들이 가지고 나온 것은 몽둥이도 화염병도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탄핵봉이었다. 그들의 함성과 노랫소리 그리고 움직이는 반짝이는수많은 별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터질것 같았다. 세상은 왜 이리도 추악하고 잔인하단 말인가! 또 동시에 이토록 아름답단 말인가! 한강작가는 아무래도 세상에 내려온 현자인가 보다. 이렇게나 딱 들어맞을 수가 있을까?

분노와 감동으로 눈물을 닦는 하루하루가 늘어가고 있다. 극과 극 감정으로 지쳐가고 있다. 부디 하루빨리 내란과 외란을 끝내고 대통령을 해임하고 체포하여 죄값을 치르도록 하고, 나는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아름다운 정말로 잔인하지 않은 세상을 맞고싶다. 더 지치기 전에 말이다. 부디 살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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