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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y 27. 2019

모리셔스 출국(할 뻔한) 날

맥주 한 캔을 따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렇게나 많이 짐을 챙겼지만 이 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항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이걸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살 가방을 챙기다 보니 짐이 정말 많아졌다.      


‘서울, 너도 한동안 못 보겠구나.’라는 생각에 인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괜히 창문 밖 풍경을 더 열심히 보았다. 도착해서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사람들 항공편 안내 방송을 들으니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싶었다. 여권을 챙겨 수속 카운터로 가니 눈시울도 조금 붉어지려고 한다.      



나는 아프리카 동쪽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로 간다. 한국 사람들도 신혼여행지로 많이 찾는 모리셔스에 일하러 간다. 여권 확인하고 가방을 붙이고, 비행기 표를 받으면 되는데 여권 검사가 오래 걸린다. 인내심 있게 기다려보지만 정말 오래 걸린다. 이유를 물어보니 모리셔스 비자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편도 비행기 표로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왕복 티켓이 있어야만 출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고, 나는 회사에서 도착하자마자 미리 받을 수 있는 비자 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왕복 티켓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고, 카운터에서 모리셔스에서도 전화해봤지만 그 자리에서 왕복 티켓을 끊지 않는 이상 출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페인에서 공항 가는 길에 기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친 적은 있었지만 제시간에 와서 눈앞에서 비행기를 타지 못한 적은 처음이다. 분명히 출국하려니까 아쉬웠는데 막상 타려던 비행기를 못 타게 되니 오히려 출국을 하고 싶어 진다.     


촉촉했던 눈시울은 말라버리고, 다시 짐을 가지고 서울에 돌아가는 걸음은 유난히 무겁다. 중학교 2학년 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친해졌던 친구들과 선생님과 같이 송별회도 하고 눈물도 몇 방울 흘렸던 것 같다. 다른 학교로 가게 돼도 계속 연락하자고 다짐도 했었다. 다른 학교로 전학 간 다음 한 학기를 다니고 나는 본의 아니게 다시 전에 다니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한 학기 만에 다시 익숙한 얼굴을 보게 된 내 친구들은 분명히 송별회 때는 슬퍼하였는데 막상 너무 일찍 다시 보게 되니 왜 다시 왔냐고 나를 놀렸다. 나는 민망하면서도 다시 만나게 되서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다음날 친구한테 문자가 온다. ‘주리야 모리셔스 잘 도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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