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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본 대학에는 학생 식당이 없다

by 이주리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프랑스어로 부담 없이 일상 대화를 나누는 수준이 되었지만 어학원에만 있었던 탓에 프랑스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모교와 협정이 맺어져 있는 프랑스 학교를 알아봤고, 그중 하나가 파리 4 대학인 파리-소르본 대학이었다. 같은 학기에 소르본으로 교환학생 간 건 우리 학교에서 나뿐이었기에 교환학생을 학교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현지에서 직접 몸으로 겪으며 얻어야했다.


소르본 대학은 파리의 라틴지구(Quartier latin)에 위치해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대학이다. 파리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 가봤을만한 곳이 라틴지구이다. 라틴지구는 센강의 남쪽 지역을 지칭하는데 노트르담 성당에서부터 룩셈부르크 공원까지를 일컫는다.


라틴지구.JPG

이 지역이 ‘라틴’ 지구라고 불린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가야 한다. 중세시대에는 대학의 모든 수업을 라틴어로 진행했는데 그런 연유로 많은 대학들이 모여있는 이 지역을 라틴지역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소르본 대학은 13세기의 신학자였던 로베르 드 소르봉 (Robert de Sorbon)이 학생들, 그중에서 특히 장학생들이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연 것이 그 시초였다. 중세 시대에는 학생들은 야외 혹은 임대한 장소에서 공부를 하였고, 현재의 대학교 건물이 있는 대학교의 형태와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파리.JPG Nicolas de Lyre 의 작품에서 15세기 소르본의 신학 수업


라틴지구에는 소르본 대학인 파리 4 대학 (Université Paris-Sorbonne)을 비롯하여 파리 2 대학 (Université Panthéon-Assas), 그랑제꼴인 고등사범학교 (École Normale Supérieure, ENS), 파리정치대학 (Institut d'Études Politiques de Paris, Sciences Po) 등이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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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파리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들리는 곳이 되었는데 그래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가장 난감했던 것이 점심식사였다. 학교 내에 따로 이렇다 할 학생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 식사를 했는데 학교를 나서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에게는 비싸기만 한, 식당들만 즐비했다. 막상 학교 앞의 식당들은 가지 못하고 룩셈부르크 공원으로 올라가 그 주위에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때우기 일쑤였다.


그래도 소르본 학생의 특권이 있다면 강의 시간이 비었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라틴지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노천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실 수도 있다.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갈 때는 에스프레소의 카페인 때문인지 다음 수업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모를 두근 되는 가슴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KakaoTalk_20210424_211537310_01.jpg 라틴지구의 대표적인 건물인 팡테옹


*소르본에는 구내식당이 없지만 프랑스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 및 학술 서비스 지역 센터(Le CROUS, Centres régionaux des œuvres universitaires et scolaires)에서 학생을 위한 13개 식당과 26개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5개의 대학교 캠퍼스 주위에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이 이용할 수 있는 13개 식당을 아래 링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 CROUS를 알았더라면 조금 덜 배고프게 교환학생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https://www.sorbonne-universite.fr/offre-de-formation/vie-etudiante/restau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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