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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Aug 12. 2024

노래수업을 듣기 시작하다.

2024년 8월 8일, 보컬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살다 보니 내가 노래 부르는 수업을 듣게 다니 나에 대해 새삼 놀랍다. 주변에서 같이 하자는 권유가 계속 있었고, 마침 선생님이 직장으로 오셔서 수업하신다기에 선뜻 용기를 내보았다.      

내가 선곡한 첫 곡은 윤도현의 《사랑TWO》이다. '악보바다'라는 웹사이트에서 결재하고 악보를 내려받아서 5부를 출력했다. 내가 볼 악보와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께 전해 줄 악보이다. 전에는 악보를 구매한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유료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첫 수업, 떨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없었다. 내 수업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서 보면대 앞에 섰다. 반주는 유일하게 피아노가 전부였다. 반주에 맞춰 먼저 노래를 불렀다. 노래 부르는 내내 ‘내가 이렇게 노래를 못 부르나’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날질 않는다. 귀로 들려오는 내 목소리도 이상하다.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수업을 듣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내가 수업하는 과정을 보고 있었다. 어쩌면 창피할 수도 있겠지만, 이 순간에는 창피함보다 노래를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다행히 선생님은 “전혀 단점을 찾을 수 없어요.”, “노래할 때 나쁜 습관도 없어요.”라고 내 노래에 대한 평을 해 주셨다. 아마도 칭찬해야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수업하는 것을 녹음해서 나중에 다시 들을 때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첫 수업에서는 발성과 저음 부분을 배웠다. 흉곽을 가득 올린 채 음을 내고, 그 음을 가사로 변환해서 입 밖으로 뱉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피아노의 음에 맞추어 한 음 한 음을 소리 내 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노래를 다시 완창했는데, 역시 엉망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수업 시작할 때 불렀던 노래보다 한결 좋아졌다.      


수업 이후에는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출퇴근하면서 차 안에서 노래를 듣고, TV에서도 음악 방송을 듣게 된 것이 변화된 나의 모습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몇 년은 노래도 안 듣고, 부른 적도 없었다. 노래와의 인연이 끊긴 것이다. 이제 다시, “노래에 관심을 두고 흥이 나게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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