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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작가 Oct 25. 2024

창 밖 풍경에 시간이 멈추다

제주 용머리 해안을 보면서...

제주 용머리 해안 카페에서 나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본다. 창으로 바다가 들어온다. 저 창은 분명 자연이 그린 한 폭의 풍경화를 담아내는 화폭일 게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바다와 맞닿은 해안선 위로 절벽이 펼쳐진다. 마치 세월의 겹을 담은 듯 거칠지만 품이 넓어 보인다. 그 절벽이 걸어온 길은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바람과 파도가 수없이 덮쳐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왔을 것이다.


바닷바람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치 한참을 걸어온 뒤 작은 쉼터에 다다른 것 같다. 파도는 잔잔하게 바위를 적신다. 그 위로는 햇살이 반짝인다.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는 작은 섬들은 안정감과 위로를 준다. 마치 말없이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 같다. 


카페 밖 초가 지붕 아래,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바다가 들려주는 작은 속삭임에 섞여 든다. 분명하게 들리지 않지만, 묘하게 마음을 채워주는 힘이 있다. 그냥 가만히, 그 자리에서 바다의 속삭임을 들으며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바다는 늘 한결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다. 바람이 지나가면 파도가 일렁이고, 해가 조금씩 기울면 빛의 색이 바뀌어 간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이곳에선 그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시간은 잠시 멈추고, 자연의 시간이 대신 흐른다. 나는 그저 잠시 멈추고, 마음을 쉬어가는 손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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