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장미를 품에 안고 있다. 핑크빛으로 만개한 꽃잎은 가을의 빛 속에서 더 짙어지고 있다. 5월에 화려함과 도도함으로 대표되던 장미마저 가을 앞에서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계절을 넘어서 청명한 하늘과 붉고 노란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장미는 자신의 존재를 속삭이며 알리는 듯했다.
철쭉도 가을의 품에 안겨 있다. 여린 잎과 함께 고운 색을 자랑하는 작은 철쭉이 가을 땅에 뿌리 내리고 있다. 붉고 노란 낙엽 사이에서 피어나는 철쭉은, 마치 다가올 계절의 무게를 견뎌내려는 작은 의지처럼 보인다.
가을은 참으로 대단하다. 모든 것을 떠나보내는 계절이지만, 철쭉과 장미는 그 속에서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다. 이 철없는 녀석들이 만들어내는고요한 풍경은, 짧지만 찬란한 가을 한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가을은 철없는 녀석들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