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보게 된 보라색 ‘산수국’. 참꽃과 헛꽃이 함께 어우러져 너무 예쁘다.
산수국은 두 개의 꽃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어 열매를 맺는 참꽃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열매를 맺지 못하지만 벌레를 유인하는 화려한 헛꽃이 있다. 헛꽃은 참꽃의 수정이 끝나면 스스로 뒤집기를 해서 벌들이 수정이 안 된 참꽃으로 가도록 양보하는 친절함도 가지고 있다. 즉, 화려함과 배려를 함께 지닌 꽃이다.
산수국을 보고 있노라니 김시천 시인의 《바보, 꽃잎에 물들다》라는 시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 김시천 시인은 교사 재직 중에 시인으로 활동하셨고, 향년 61세로 별세하셨다.
바보, 꽃잎에 물들다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그냥 살포시 안기면 되는 것을
저절로 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만 요란하였구나
그만, 바보짓을 하였구나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노을이 하늘에 물드는 것처럼
꽃에 꽃물이 드는 것처럼
그냥 꽃잎에 기대어
가만히 가만히 물들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당신에게 물들면 되는 것을
김시천 시집 《풍등》 중에서
산수국이 "그냥, 순리대로 살아."라고 나에게 얘기하는 것 같다. 순리에 역행하려는 에너지를 마음의 울림에 집중해보자. 흔한 말로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다. 참꽃이든 헛꽃이든 꽃잎에 기대어 서서히 물들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