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외국어 공부한 이야기 - 0
나는 계속 한국에서만 살았다. 해외여행은 다녀 봤지만 한 번에 가장 오랫동안 한국을 떠났던 기간은 8일이 고작이고, 외국에서 공부나 생활을 한 적은 없다. 그래도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했고 외국어 두 개로 먹고 산다.
대학원 입시를 준비할 때와 대학원에 다닐 때를 빼고는 특별히 치열하게 외국어를 공부해 본 적은 없다.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앞두기 전까지 내가 외국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일본어는 취미생활, 구체적으로는 덕질 때문에 자연스럽게 익혔다. 영어는 배워두면 좋다고 하니 계속 배우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싫어했던 편이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서로 위치가 바뀌어서, 일본어는 진로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영어는 취미생활, 구체적으로는 TV와 덕질과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이제는 두 언어가 모두 직업이다.
내 외국어 공부를 키운 건 팔 할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 이상은 재미다.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동안에는 배우는 속도도 느렸고, 재미를 발견했을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진도가 쭉쭉 나갔다. 아주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외국어를 공부한 사람도 있다는 의미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