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하지 말고 저 좀 안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분이 계셨어요. 당연히 위로가 필요한 거였어요.
'안다, 안기다' 하는 건 그런 의미였죠.
- 위로.
사실 '아무 말 말고'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우는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하겠어요.
위로라는 게 원래 그런 건데...
---*---
저는 이제까지 살면서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음... 요즘 들어서는 그다지 큰일이 아닌데도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어요.
최근에 가장 크게 위로가 필요했던 때는 회사의 정년이 5년 느네 마네 하는 논의를 들었을 때예요.
"이런 생활을 몇 년 더 해야 한다고?"
억지로 정년을 채우라는 이야기도, 그렇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아닌데 그 자체로 너무 힘들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야기만 들어도.
그날 종일 우울하더라고요.
수학 공부로 이미 나가떨어진 아이가 내일은 영어공부도 하자는 선생님의 말을 들은 느낌이랄까.
그분이 제게 터지는 울음을 참으며 "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하지 않고 안아달라" 했던 말의 진짜 의미를 이제야 알 것 만 같아요.
눈앞에서 그 모습이 종종 아른거려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필요했던 그 '위로'의 정체를
지금 깨닫고 있거든요.
---*---
요즘 혼자 술을 마셔요. 전에 없던 일이죠.
술을 마시는 것 자체도, 혼자 마시는 것도 제겐 생소한 일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래요. 그리곤 깨닫죠.
-내가 가족에게도, 가까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을 얼마나 많이 쌓아두고 있는지...
나한테도 위로가 필요했구나...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져 부끄러워진 저는 누가 볼까 봐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몰래 울어요.
그분이 말한 위로... 그게 정말 이해가 돼요.
---*---
아무래도 초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요?
그 오랜 기간 한 번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는 것 말이지요.
사실 그렇게 믿었을 뿐이겠지만요.
위로가 필요한 일에 미처 면역을 갖지 못한 저는 요즘 들어서 뭐랄까.
세상을 어쩜 이렇게 세상을 터무니없이 살았을까... 해요.
종종 울기도 했어야 했는데.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누구든 "아무 말 하지 말고 나 좀
안아주세요" 할 줄 도 알았어야 했는데... 나는 괜찮아.
언제나 괜찮아를 쌓아두고는 지금, 혼자 있는데도 누가 볼 새라 눈물을 감추며 울어요.
---***---
언제나 그랬듯 내일도 괜찮을 거예요.
-아, 난 괜찮아. 이건, 위로가 필요 없는 괜찮은이야.
괜찮아. 괜찮다고.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귓가에 그 목소리가 맴돌아요.
"아무 말 하지 말고 저 좀 안아주세요"
괜찮다는 게 위로가 필요 없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증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