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라이언이라는 중저가 옷 메이커가 있어요.
전에 살던 곳에는 홈플러스 안에 매장이 있었죠.
이상하게 그 옷만 입으면 옷 태가 난다는 이야기가
빈번해서 주로 이용했어요.
아이들이 네댓 살 때 홈플러스에 가서 아내는 장을 보고 저는 매장에 딸린 간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놀리고 있늗데
맞은편에 있던 프라이언 매장이 폐점을 한다더군요.
마지막 반값 떨이라길래 바지를 몇 개 고르고 아이들에게 아빠 여기 있을게 하고는 피팅을 하는데 잠금 고리가 헤져 안 걸리더라고요. 그냥 얼른 입어보려고 하는데 피팅의 절정 즉, 입고 있던 바지를 벗고 새 바지를 입으려고 한쪽 다리를 끼우는 그 순간 아들이 문을 활짝 열었어요.
"아빠 뭐해?"
아이고. 아이고.
문을 닫으려면 피팅 룸을 나가야 할 정도로 활짝 열린 문.
깜짝 놀라서 엉거주춤하다 문득 아이를 사이로 정면에 있던 카운터의 아줌마랑 눈이 마주쳤어요. 폐점이라는 분위기만으로도 우울해 보이던 아줌마가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 게 역력했어요.
사회적 규범만 없었다면 아줌마는 크게 외쳤을지 몰라요.
"진보라색!!!"
여하튼 아들에게 문 닫아줘 하고 애원했더니 아이가 문을 당겨줘서 겨우 닫았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른 입어보자 하고 입으려는데 또 문이 열렸어요.
"아빠 뭐해?"
어구 어구 어이쿠!
딸이었어요.
아줌마가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를 했어요.
그전 5년, 그 후 5년 동안 그렇게 크게 웃는 여자를 본 적이 없어요.
엉거주춤...
막 한쪽 다리를 끼운 새 바지를 후루룩 입으려고
보니 이미 문을 활짝 열려서 뭐 감출 것도 없더군요.
그래도 팬들의 이목이 있으니 점프하듯 휙 입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카운터로 가는데 아줌마가 이를 악무는 게 보였어요. (그때 아내가 왔어요) 멋쩍은 제가 물었죠.
"보셨죠? 보라색"
그 순간 둘 다 웃음이 터졌어요. 아줌마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웃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데 말도 못 하고 그 바람에 저도... 이상하게 웃음이 폭발했어요.
영문을 모르던 아내도 이유 없이 웃음보가 터져서 셋 다 정신없이 웃는데 아줌마가 숨을 헐떡이며 그러더라고요.
"까 아이.. 까야.... 까... 주... 우.. 게요"
그 말조차도 웃느라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다가
두 번째 알아들었는데 카드 결제기가 찍찍 찍 영수증을
뱉어내는 중에도 셋 다 웃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셋이 서로에게 숨을 헐떡이며 인사를 하는데
언 듯 보니 옆 매장 다른 아줌마가 뭔 일인가 하며 오더라고요.
아줌마는 제 뒤를 보며 끝까지 깔깔대었어요.
거의 뭐 말을 못 할 지경이더군요. 멋도 모르는 옆 매장 아줌마도 따라 웃었고요. 그전 오 년 10분, 그 후 오 년 10분 동안 그렇게 웃는 분 다시 못 봤어요.
기氣중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기가 있다고 믿어요.
2.
종종 삶에 대해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나이를 적당히, 잘 먹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한편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모임을 버거워하는 이유는 나의 나이 듬이 친구들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깊은 슬픔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고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더 선한 기운의 감염을 바라고 또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