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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Dec 29. 2022

대중 앞 말하기 첫걸음

a. k. a. 말하기 학습 여정

대중 앞 말하기 첫걸음


예전 대중 앞 말하기 첫걸음 강의를 듣고 저만 알고 있기에는 그 내용이 매우 유익하여 다른 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올립니다. 이미지는 픽사베이(pixabay.com) 무료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게임이든 영화든 개인채널을 보면 말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예전에는 말 잘하는 사람들은 방송사 아나운서나 연예인, 정치인들만 하는 전문 영역인 줄 알았거든요. 연단 앞에서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받으며 사람들을 웃기고 울린다는 것은 타고난 끼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은근히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일이 많이 생기더군요.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나 아니면 크고 작은 모임을 진행하며 대중 앞에서 말을 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제게는 커다란 스트레스였습니다. 예전 회사 면접시험 때 심사위원들 앞에서 횡설수설하다가 떨어졌다면, 그 스트레스 크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단에 서서 뭇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너무 긴장하다 보니 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고, 목소리는 갈라지곤 했습니다. 연단에서 후다닥 내려오려고 말을 빨리하면 오히려 호흡은 더 가빠오고 목소리는 떨리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우리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다른 근무처에 지원을 나갔을 때, 한 젊은 직원이 회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고 그날 작업내용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이래저래 사람들 앞에 설 일이 점점 더 많을 것 같은데, 사회생활을 계속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래야 안 받을 수 없겠더군요.


솔직히 브런치에 나무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이유도 스트레스를 피해 언젠가 나도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사회가 아닌 자연 속에서 살기를 바랐습니다. 지난 산행에서 강설에 녹지 않은 하얀 눈송이가 팥배나무 붉은 열매와 한데 엉겨 불었는데, 햇살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팥배나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나무는 꽃을 터뜨려야 그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말로써 그 향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이라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진실된 위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봄볕이 따사로워도 꽃눈이 껍질에 꽁꽁 싸여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으면 그 꽃을 볼 수 없는 것처럼요. 

우리는 종종 과거를 회상하면 '왜 그랬을까? ' 후회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후회는 '왜 그런 말을 했지?' 보다는 '그때 왜 말을 못 꺼냈을까?'가 더 많습니다.

그때 그 말을 했더라면 그때 일어서서 그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그때 뒤돌아 가는 뒷모습에서라도...

 



 
스피치의 핵심은 
목소리, 발음, 속도, 표정 네 가지입니다. 

이것만 유념한다면 당신도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습니다.


첫째, 목소리입니다. 

목소리를 중저음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톤이 좀 낮아야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들립니다. 방법은 쉽습니다. TV 사극에서 임금이나 중전마마 역할을 하는 배우들처럼 묵직하게 발성 흉내를 내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입천장이 아니라 목 안쪽까지 밀어 넣으면 울림이 풍성하게 들립니다. 내 귀로는 이상하게 들리지 몰라도 다른 사람 귀에는 차분하게 들립니다.

둘째, 발음입니다. 

올바른 발음은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며 말하는 것입니다. 하품하기 직전 어금니가 떨어지면서 입안이 커지는 상태에서 말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입술도 좌우로 크게 벌려야 혓바닥이 입천장이든 잇몸이든 정확하게 댈 수 있습니다. 혀를 부지런히 움직여서 자음 위치대로 움직여야 발음이 또박또박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말을 많이 연습해야 합니다. 영어 단어를 제대로 발음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연습했던 것처럼 우리나라 말 중 발음이 꼬이는 단어는 몇 번이고 연습해야 합니다. 말하기는 배우고 익히는 것입니다. 태어날 때 저절로 배운 것이 아닙니다.


셋째 속도입니다. 

최대한 천천히 말하세요. 느려터져 상대방이 죽을 정도로 천천히 말하세요. 그래도 듣는 사람 처지에서는 말이 빠르다고 느낍니다. 느리게 말한다고 해서 미련해 보이지 않고 말을 빨리해봤자 똑똑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걸을 때 일행 중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잖아요.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천천히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듣는 사람이 편하고, 말하는 사람도 덩달아 편해집니다. 그리고 원고에서 문장의 쉼표와 마침표는 있으면 무조건 말을 끊고 숨을 쉽니다. 사람은 말하면서 숨을 들이쉴 수 없습니다. 쉬지 않고 말을 계속하다간 호흡이 가빠지고 나중에는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숨은 뱃속까지 깊이 들이마시세요. 가슴이 아닌 배로 숨을 쉬어야 어깨가 들썩거리지 않고 공기도 빵빵하게 들어갑니다.


넷째는 표정입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 표정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면 그건 전문 강사 수준이니까 이런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너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청중들을 모두 애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듣는 애들이 긴장하고 무서워하고 있으니 내가 너희들을 다그치고 혼내려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켜 주세요. 그러면 본인 얼굴도 온화한 표정이 지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떨림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떨림은 없앨 수 없어요. 괜히 면접이나 발표 전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한다고 인데놀 같은 약을 처방받는데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인데놀이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를 막아주는 효과는 있지만,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약이니만큼 부작용도 있겠죠.

유재석 씨나 강호동 씨 같은 연예인도 사람들 앞에서 방송할 때면 떨린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숨기는 것입니다. 그런 유명 방송인도 떨린다고 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더할 나위가 없겠죠. 그러니까 떨리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됩니다.


역설적이지만, 떨림을 감추는 방법은 더 떨면 됩니다. 소리란 목구멍의 성대가 떨리는 것인데, 소리를 목에서 내지 말고 배에서 내보내 성대의 떨림(울림)을 더 크게 하면 가느다랗고 갈라지는 목소리는 내몰리고 대신 안정적이고 풍성한 소리가 나옵니다. 물론 배불뚝이 아저씨만 굵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가녀린 아나운서에게서도 울림이 큰 목소리가 나오니 뱃심으로 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떨림을 즐기세요. 


앞으로 살아갈수록 떨릴 일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내일 소풍 간다고 하면 밤늦게까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서 잠도 못 잤습니다. 지금은 내일 유럽 여행 간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 합니다. 지금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이상형이 있습니까? 젊은 사람 빼고 대부분 ‘이 나이에 무슨 이상형이 있어?’ 하며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점점 떨릴 일이 줄어들고 얼굴 가죽만 두꺼워집니다. 그만큼 설레는 일도 없어지는 것이죠. 그러니, 떨린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세요. 다만 말을 천천히 하고 숨만 고르게 쉰다면 연단 앞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말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이 쉽지, 그게 가능하겠냐고요?


저도 큰맘 먹고 목소리, 발음, 속도, 표정 이것만 생각하고 연단 앞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 귀로도 들렸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요, 목소리 또한 갈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런대로 남들 앞에서 큰 실수 안 하고 이야기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강의 중 긴장도 많이 했지만, 듣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으니 이만하면 잘한 거죠. 진작 실행해봤다면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도 했고요. 아무튼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숨을 들이마시고,
말은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입은 크게 벌리고
혀는 부지런히 움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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