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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행 Sep 17. 2020

왓 시 사켓 Wat Si Saket

6,800 부처님의 가피력이 있는 왕실 사원 

6,800 부처님의 가피력이 있는 왕실 사원


라오스의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사찰이다. 황금사원인 파 탓 루앙부터 왓 프라깨우, 왓 시 사켓까지. 소나무에 둘러싸인 사찰을 보다가 야자수에 둘러싸인 사원을 보니 꽤 이국적이었다. 라오스가 유물사관에 입각한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국민 대부분이 소승불교를 믿는다더니 과연 호텔 옥상에 바라본 시내는 곳곳에 불교사원이 많았다.


호텔에서 바라보는 야자수에 둘러싸인 사원

라오스의 많은 사찰 중 왓 시 사켓(Wat Si Saket) 사원은 왕실 전용 사원으로 1818년 건립되었으며 라오스에 남은 사원 중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다른 사원들이 태국 시암 국과 전쟁을 치르느라 불타 없어졌음에도 왓 시 사켓은 사원 일부만 불타고 전쟁의 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구는 태국 병사들이 약탈을 하려다가 사원이 태국 양식으로 건축되어 놔두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여기 모신 부처님의 가피력이 영험해서 그렇다고 한다.

왓 시 사켓 사원 입구. 입장료는 10000낍

왓(Wat)이라는 단어는 사원이라는 뜻이지만, 지금은 사원으로 쓰이기보다 전시관으로 더 널리 사용된다. 사원 입구에도 '시사켓 미술관'이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입장객에게 관람료를 받는다. 예전 왕실사원답게 대통령 궁 인근에 있어서 제복 입은 경찰들이 종종 왕래를 하곤 한다. 

옛날에는 부처님의 권위를 빌어 왕의 권력을 강화했었다. 왓 시 사켓이 왕실 사원으로 사용될 때는 지방의 귀족들이 모여 부처님께 헌신하듯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왓 시사 켓 경내의 차분한 모습
각지에서 수집된 불상 6,800여 개가 전시되고 있다.

옛 라오스 사원의 전통을 잇고 있는 왓 시 사켓은 사원 중심의 법당(Sim)과 탑(That)과 납골당과 요사채가 고루 갖추어져 있다. 특히 법당 건물은 태국 스타일의 건축물로 겹지붕에는 갖은 치장을 하면서도 라오스의 단아한 이미지를 두루 갖고 있다.  이국적인 느낌보다 우리나라 어느 산사에 있는 것 마냥 마음은 편하다.


왓 시 사켓 경내 회랑
마치 바위에 돌을 깊게 파서 불상이 들어 낮을 자리를 마련한 것 같은 전시관 벽면
라오스 각지에서 수집하여 전시한 불상
참배를 드리기 위해 법당에 들어간 신도와 가지런하게 벗어놓은 신


에메랄드 부처님을 기다리는 왓 호 파깨우 사원


왓 시 사켓 인근에는 좀 더 화려한 왓 호 파깨우 사원도 있다. 역시 왕실 불교사원이었던 왓 호 파깨우는 1565년 란상왕국이 수도를 루앙프루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옮길 때 불교국가를 상징하던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건축한 사원이었다. 당시 에메랄드 불상은 부처님의 가피력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 보여주는 존재였다. 1779년 태국과의 전쟁에서 라오스가 패한 후 에메랄드 불상은 다시 태국에게 빼앗겼다. 화려했던 사원도 불타버렸다. 

그래서 오늘날 에메랄드 붓다를 모시기 위해 세웠다는 왓 호 파깨우에 정작 에메랄드 불상은 없다. 에메랄드 불상은 태국과 전쟁에서 빼앗긴 후 방콕 왕실 사원인 왓 프라깨우에 있다. 지금 건물도 전쟁 때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대신 프랑스에 의해 재건되었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며 라오스 각지에서 가져온 불상을 전시하고 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에메랄드 불상을 태국에게 빼앗긴 후 나라의 운이 하락하고 대신 태국은 국가가 번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에메랄드 부처님이 이곳으로 돌아와 라오스의 옛 영화를 가져오길 고대한다.


부처님을 위한 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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