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서평
사실 이 책은 나의 예상과는 조금 많이 달랐던 책이었다. 보통 제목을 보고, 표지에 적혀 있는 글들을 보고 책의 내용을 예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기에, 이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에 기대했던 느낌은 내 유튜브 추천 영상에 꼭 한 두 개씩 구석에 박혀 있는 동기부여 영상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기대했던 그런 내용이 아니었기에 더 재미있었다. 저런 이야기는 유튜브에서도 종종 보고 있으니까.
이 책에서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키워드는 달리기다. 달리기가 나온 이유는 필자가 ‘러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에게 있어 달리기는 단순히 건강을 운동이 아니다. 때론 한계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때론 그냥 루틴이기도 하며, 삶에 있어서 굉장히 큰 인사이트 혹은 교훈을 배우기도 하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그리고 이 달리기와 관련한 진솔한 필자의 이야기는, 요즘 것들이라 불리는 밀레니얼인 나에게 있어서 큰 울림이 되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자신이 하는 일은 우주적 손실을 면하게 하는 일이라 생각해 버리자
이 이야기는, 필자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핀잔을 듣고 생각해낸 말이다. 사실 공무원 수험을 2년 넘게 하고 나서, 광고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 저 문장에 담겨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 내가 가장 공감했던 문장이 아닐까 싶다. 나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다시 할지 말지에 대해 엄청 많은 고민을 잠깐 했기 때문이다. 왜 잠깐인지는 밑에서 쓸 예정이다. 여하튼 그때 시험을 때려치우고 광고 쪽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저 말대로는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우주적 손실을 면하게 하는 일이라는 저 한 문장도. 광고라는 꿈을 꾸면서 대외활동을 하고 경쟁 PT를 이기고 올라갈 때마다 더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오는 내면의 작아짐이 있을 때마다, 한번 생각해 볼 만한 문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왜 목표를 정해 놓고 달리는 것보다 설렁설렁 달리는 게 내 마음에 더 좋았을까?
설렁설렁 뛰고 나니 내 마음은 내가 한 일들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그전까지 달릴 때 내 마음은 내가 하지 못한 일들에 집중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다. 정말 저 말이 맞을까? 물론 난 목표 없이 설렁설렁 달릴 자신은 없다. 쫄보 기도 하고, 왠지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설렁설렁 뛴 탓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달리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을 이어서 하게 됐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난 생각해보면 내가 했던 일보다는 내가 못한 일들에 집중을 더 하기는 하니까. 그래서 항상 쫄리고, 부족한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대외 활동을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가며 커진 생각이긴 하겠지만.
그래서 책을 잠시 읽다 접고, 내가 공무원 준비 때려치운 18년 7월부터 지금까지 뭘 했나 쭉 돌이켜봤는데, 생각보다 놀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한 일들에 집중했기에 할 수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때론 설렁설렁 달리며 해왔던 것들을 뒤돌아 보는 시간도 분명 중요한 것 같다. 분명 멈춤과 설렁설렁 이 주는 틈은 중요한 것 같다.
고통이란 내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가를 알려 주는 신호에 불과하다는 것
러너는 글리코겐을 남겨 둔 채 결승점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다.
결승점은 어떤 경우에도 충만한 상태로 들어갈 수 있는 지점이 아니면서
동시에 그 순간의 충만함은 어떤 경우에도 파기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문장들이었다. 첫 번째로 좋았던 건 가장 마지막에 쓰려고 아껴 두고 있다. 사실, 수영선수를 6년 정도 준비하다 그만두었을 때도,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려다 그만두었을 때도, 공무원 준비를 2년 넘게 하고 그만두었을 때 했던 고민을 돌이켜보면 그만두는 그 순간 별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준비기간, 수험기간을 마치고 나서 난 했던 만큼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재수 때도 6,9월 모의고사 성적보다 너무 터무니없는 점수가 나와서 수시 하나도 못 보는 참사가 났고, 공무원 시험도 지방, 서울직은 망했는데 국가직은 아깝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처음엔 내가 끈기 없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자책했다. 한 번도 끝장을 보지 못했구나. 또 이렇게 그만두는구나.
하지만 저 문장들을 보며 돌이켜보면 결승점을 합격 불합격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준비기간, 수험기간을 온전히 후회 없이 완주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는 없었다. 결국 후회는 남겨둔 ‘글리코겐’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왜 20대에는 제대로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모든 것이 갑자기 부질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20대에는 결과는 없고 원인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20 대란 뿌리는 뿌리는 시기이지 거두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20대에서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원인일 뿐이니까
20대에 우린 무엇을 원해야 할지를 몰랐을 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너무 좋아서 문장 수집 노트에 적어 둔 문장들이다. 나의 20대는 생각해보면 진짜 온전히 자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 재수 1년, 대학교 1년(마지막 자유), 군대 2년, 공무원 준비 1년 반, 그리고 지금까지 1년 반 이 시간들을 더하면 거의 6년 하고 11개월. 지금 이 순간이다. 그래서 진짜 나의 20대가 더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20대가 씨를 뿌리는 시기라면, 난 진짜 거의 파종기계 수준이었다. 물론 나보다 더 열심히 많이 뿌린 사람들은 많을 테니 내가 제일이라고는 말 못 하지만.
그래서 남은 20대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가 어느새 모토가 되어버린 나에게 그나마 올 한 해는 행복한 해였다. 열심히 살았고, 배운 게 많았고, 짬 내서 여행도 갔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하지만 이것들도 결국 원인이지 결과가 아니다. 내가 20대 때 뿌린 모든 것들이 어떤 화학작용으로 나의 30대를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를 바라기에 자꾸 조급해지고 위에 말한 것처럼 해온 일보단 하지 못한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원인만을 바라자는 마음, 내가 겪는 일들은 다 원인이라는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국 이러려고 그때 그랬구나, 그때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때 그래서 좋았구나 라는 생각들과 함께 30대가 되었을 때, 나의 20대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왜 항상 돌아보면 삶은 그제야 그 의미를 가르쳐 주는 것일까?”이라 말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