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발견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니 예전에 형이 나에게 해줬던 말이 생각난다.
언젠가 너와 함께 일하는 선배들이 틀에 박힌 생각으로만 일을 할 때
그들을 쫓지 말고 그들의 시선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후배가 되렴
틀에 갇힌 생각을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안고 집으로 갔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책이 그 답을 알려준다. 시작은 틀에 갇힌 생각의 시작은 뭘까?라는 고민.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틀에 갇힌 나날. 그 나날들이 틀에 갇힌 생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틀에 갇힌 나날은 변화가 없고 변화가 없으면 새로운 자극도, 새로운 관점도, 새로운 Source도, 새로운 Adaptation도 없으니까. 하지만 나도 모르게 틀에 갇힌 나날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집, 학교, 도서관만 가는데, 과제만 하는데 뭐 새로운 경험을 하겠냐? 여행 갈 시간도 돈도 없다 난~” 이 변명에 대해 필자는 조목조목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지
틀에 박힌 나날을, 특별한 보통날로 만드는 방법. 그렇게 매일매일이 여행이 없어도 특별한 보통날이 된다면 내 인생에 틀에 박힌 하루는 없어질 거고 그렇다면 틀에 갇힌 생각을 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니 책의 모든 구절들이 정말 보석 같았다. 두 번 세 번 봐도 좋을 만큼, 누구에게 그냥 추천해줘도 좋을 만큼. 그래서 지금부터 그 보석들과 그것에 대한 내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튜브에서 바람을 뺄 때의 쓸쓸함
튜브에서 바람을 빼는 여행의 마지막 밤, 유달리 아름다워 보이는 이국의 별밤처럼
이 구절을 보고 나서 특별한 보통날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감이 왔다. 누군가에겐 귀찮은 일, 누군가에겐 아무 생각 없이 튜브를 발로 밟는 일이 누군가에겐 이런 자극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튜브를 가져온 모든 이들에겐 바람을 넣는 순간도, 빼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넣을 땐 무슨 생각을, 뺄 땐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떻게 이런 순간을 포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구절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평소의 발견.
평소에 차곡차곡 마음속에 갈무리해둔 인생의 문장들 중 어느 하나가
판단의 근거가 되고 우선순위를 정해주고 현상을 읽는 또렷한 관점이 되어줍니다.
사실 평소에 일기를 쓴 적도, 문장을 모아본 적도 당연히 없다. 그런데 이런 작은 평소의 습관들이 모여서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이 문장을 볼 때, 문장들이 특별한 보통날로 만들어 줄 것 같다. 그러려면 당연히 적고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지. 하지만 난 아직 적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늘 중요한 것은 녹음을 했고 녹음한 것을 곱씹으며 노트북에 옮겨 적는다. 이제부터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대목이다. 여태 이면지에 끄적였는데 쉽게 쓰인 건 쉽게 버려지나 보다. 별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 달부터 선물 받은 수첩에 문장 수집하기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일환 중 하나가 이 브런치다.
노래는 현존하는 최고의 타임머신이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마중 나갈 음악이 필요합니다.
난 별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요금제를 끊는 순간 노래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MP3을 다운로드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스트리밍을 하게 되자 3분짜리 노래도, 3분을 다 듣지 못하고 별로네 하면서 리스트에서 바로 지워버리는 나의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아직 MP3을 다운로드하여 듣는다. 이미 다운로드하여버리면 아까워서라도 좋든 싫든 듣게 되고, 아까워서 쉽게 지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듣다 보면 좋아지는 노래들이 있고, 별로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좋아지는 노래들이 있다. MP3을 다운로드하여 놓고 랜덤 재생을 누르면 느낄 수 있는 묘미. 이 어쩌다 한 순간의 묘미 때문에 아직 난 그 귀찮은 MP3을 다운로드하여 듣고 있다. 아마 그 원인은 필자가 말한 것처럼, 새로운 계절이 오면 마중 나갈 음악이 필요해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날짜를 적은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 19.09.17의 노래들. 그리고 이 리스트에는 그날 듣고 싶어 진 모든 음악들이 들어간다. 신기한 것은, 그 리스트들이 생각보다 중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예전에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틀으면 너무 오랜만에 나오는 노래들이 많아 기분도 좋고, 그때 어떤 노래를 좋아했고 왜 좋아했는지 추리하는 맛이 있다. 그래서 저 타임머신이라는 구절을 들었을 때 더 와 닿았나 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평소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지녀야 할 마음, 애티튜드에 대한 말도 선배의 입장에서 아끼지 않고 해 준다. 그런 단단한 마음가짐, 올바른 애티튜드가 평소의 발견을 위한 기본이 되니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것.
응원을 받는 방법은 이다지도 간단한 것인지 모릅니다.
가끔 정신없이 과제를 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기획서도 까이고 하면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다음 생엔 나침반으로 태어나고 싶다, 나만 이런가, 능력이 더 좋았으면 이런 거 후딱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고민도 하고, 내 취준만 이렇게 힘든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런 고민을 하다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아래의 저 대사가 나왔다.
새벽 1시인데. 차들이 참 많지 않니? 저런 게 위로가 될 때가 있어.
나만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거는 아니구나. 나만 치열한 것은 아니구나.
나만 힘든 것은 아니구나. 저 사람들도 나 보면서 그러겠지?
서로의 학대로 위로를 받네 이 도시는
(WWW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中)
이 대사를 보고 잠깐 동안 심장이 저렸던 것 같다. 서로의 학대로 위로를 받는 도시라니. 그리고 이번 책에 나온 문구.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것. 어쩌면 저 두 문구가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할, 이 책에서 내가 가져가야 할 문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천재성과 낭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글쓰기가
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매일의 꾸준함에 빚지고 있다.
성실이 쌓이면 혁신이 된다. 몰두의 시간은 분명 선물을 안겨줄 거예요.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 잘하고 있나, 잘할 수 있나?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냥 노력, 꾸준함, 성실 이런 것이라 생각하고 나름 열심히는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공모전 수상작들을 보고 나면 지금 이대로 해서 내년에 저런 기획서를 써볼 수 있나?라는 고민도 하게 되고 정말 잘하는 거랑 하고 싶은 것은 다른 건가?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하곤 한다.
하지만 공무원 준비도 했었고, 그 시험을 위해 휴학도 했었고. 이젠 백 번을 돌아도 이길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어느새 또 뭔가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 찾았고 그게 나한테 재미있다고 위로하며 하고 있던 나에게 위에 저 두문장은 평생 잊지 못할 문장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매일의 꾸준함, 성실, 몰두의 시간 이 3가지는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니까.
반짝이는 것들은 금방 지나가. 7개월은 그렇게 짧아.
최선을 다해서 즐겨,,, 우리는 빛나는 순간 안에 있을 때는
그것이 빛나는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반짝이는 순간들. 너무 영광스럽게도 유병욱 작가님이 TBWA 주니어보드 들을 보고 느끼며 해주신 말이다. 그리고 지금 나도 주니어보드의 일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늘 까이고 밤을 새우고 개인과제에 치이고 학교 과제에 치여 정신은 없었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간다 어느새 주니어보드의 절반이 지나간다. 그럼에도 교육이 재미있었고, 아이디어가 팀원들에게 팔렸을 때 너무 설렜고, 1등을 했을 때 너무 좋았고 엠티는 말할 것도 없고 뒤풀이 자리는 늘 밤을 새웠을 만큼 즐거웠다.
이 구절을 보고 나니 주니어보드 없는 내년엔 뭘 할까 라는 고민이 들었다. 매달 과제도, 멘토님들한테 만나 달라고 조르지도 못할 거고, 이젠 빼박 취업 전선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런 그림들을 그려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문장이었다.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주니어보드가 있어서 특별한 보통날의 투성이가 될 올 한 해다. 코로나라는 재난이 있기는 했지만,,,,내년에는 더 열심히 주위에 집중하고 메모하고 노래 듣고 안테나를 세워서 나날들을 여행 없이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보통날로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나의 7개월이 곧 끝나간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줬던, 서로의 학대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줬던 그런 책이었다.
P.S. 그리고 반드시 다음에 한번 더 볼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