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쁨 서평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뜬구름 잡는 발상법에 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진솔하게 평범했던 자신이 17년째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방법이 아니라, 생각에 대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지금부터 이런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익숙한 공간에서는 익숙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늘 난관에 봉착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왜 신선한 컨셉, 논리적인 PPT 구성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자괴감 혹은 팀원들과 고충을 토로하곤 한다. 그리고 이번 과제에서도 어김없이 신논현 24시 투썸플레이스에서 밤을 새우고 있었다. 그러다 새벽에 비가 너무 많이 오길래 밖에 나가서 컨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떠올랐다. 물론 그것이 좋은 컨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것은 해가 뜰 때까지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컨셉이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것.
익숙한 장소가 편하고 편하기에 긴장이 덜 되고 긴장이 덜 되기에 더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틀이 정립된 사람만이 결국 그 틀을 깰 수 있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구절이다. 영화를 보면, 감독의 색을 알 수 있다. 감독을 모르고 보더라도 영화의 배경, 그리고 소품들이 이상하게 CG가 아닌 것 같고, 진짜 건물을 짓고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화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데 묘하게 거부감이 없이 스을쩍 새침하게 밀고 들어온다면, 데이빗 핀쳐 감독일 수도 있다. 물론 이 두 사람의 영화를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감독을 보면 자기 나름대로 피사체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신의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정립되어 있다. 이러한 틀이 결국 자신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할 수도,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정확히 틀이 정립되어 있다면 깰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광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런 것들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구절이었다.
좋은 생각이 태어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 안에 쌓인 경험, 지식, 지혜의 덩어리들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당연하기에 잊기 쉬운 말이다. 항상 컨셉이나 기획서에서 지적을 받으면 “아 진짜 잘하고 싶다”, “창의적인 사람은 확실히 아니구나 내가” 뭐 이런 고민들을 늘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뻔하게 시행착오이고 다음에 이렇게 안 하면 되는데 늘 잊는 것 같다. 역시 언제나 기본은 가장 쉬운 것처럼 보이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어렵고 늘 멀리 있다.
광고는 재치의 영역이라는 오해,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것이라는 오해아이디어를 내놓는 방식은 조금 투박하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보려 하고,
또 남들과는 다른 각도로 생각하려 애쓰는,,,,
광고를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다른데, 할 수 있는 일일까? 내가 그렇게 창의적인 사람인가?라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대외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어쩌면 한순간의 창의적 발상보다, 깊이 있게 상황을 분석하고 그 속에서 나름의 함의점을 찾아가는 그 시도 혹은 그런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나에게 무게감 있게 다가온 구절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재치 있는 컨셉, 어떻게 하면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날카로운 컨셉을 낼까 이런 것이 아니라, 깊이 있는 고민,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중요하고, 이런 깊이와 다른 관점을 얻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더 깊이 있게 시장을 보고 소비자를 보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팀플을 하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기본기란 헤맸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점이다
‘이 구절을 이렇게 무심하게, 쓰윽 흘려버리다니,,,,’라는 생각이 든 구절이다. 필자도 정확하게 말해준 부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프랑스식 수능인 ‘바칼로니아’를 예로 들었다. 하나의 생각을 끝까지 하는 힘을 예로 들며 이런 것이 기본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기본기가 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일을 시작하기 전 반드시 필요한 고민이라 말은 했지만 필자 본인도 막 무게감 있게 다룬 부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한 구절이라 나는 생각한다.
기본기. 광고를 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기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1차적으로 생각났던 것은 강인한 멘탈, 체력이다. 특히 둘 중 하나를 뽑으라면 전자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난 별로 창의적이지 못한 것 같아’라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광고라는 일.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 컨셉, 카피, 디자인들이 까이는 일. 이런 일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요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다음으로 생각났던 건 태도다. 책에서 필자가 말하는 것처럼, 오래 버티는 사람들의 특징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컨셉을 짜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뭐든 깊게 생각해보고 다른 각도로 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 했던 것처럼. 혹은 영화나 전시회, 뮤지컬 책 등 다양한 인문학적 인풋 역시도 기본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은 크게 두 가지의 숙제를 내준 것 같다. 1. 자신만의 틀을 정의하기. 2. 광고에서 기본기란? 이 고민들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 아이덴티티가 변하기에 1020들에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해 보라 했던 필라의 광고는 부적절했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구나 할 수 있어서 기본이 아니라, 늘 곁에 두고 갈고닦아야 하기에 기본이라 했던 예전 코치님의 말이 생각나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이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이번 서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