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내겠소

프레임 서평

by leeconomy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이 프레임이라는 한 권의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해 보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시를 고르겠다. 필자가 책에서 말하는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마음의 창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개인적 관점에서 프레임이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한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보게 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처음부터 보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보게 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처음부터 갖지 못한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이 세상을 인식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필자 역시, 프레임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쪽만을 바라보게 된다. 부정적 대상으로 상징되는 북쪽은 바라보지 못하게 되며 동쪽과 서쪽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난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몇 단어들이 있는데, ‘팩트충’, ‘이론충’이다. 이 단어들을 신경 쓰게 된 이유는 어떤 멘토님께 이 말을 듣고 나서 일주일 뒤에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를 봐 버렸기 때문이다. 그 책의 첫 챕터에서 이미 팩트충, 이론충으로 대변되는 ‘코틀러 신봉자’라고 놀림받는 주인공이 피티에서 영혼까지 갈려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팩트와 이론을 중시하는 이 사람에게 있어, 타스케의 기획서는 그저 뇌피셜로 가득한 ‘동화책’이었다.



이 챕터는 첫 챕터이자, 지하철에서 나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었던 챕터다. 왜 그렇게 혼란스러웠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기획서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흔들려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기획서는 이론으로 덕지덕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론과 팩트는 매우 중요하다 생각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획서를 바라보는 사람의 프레임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팩트와 이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들에게 매력적인 기획서는 그냥 ‘쉽게 읽히는’ 기획서이다. 그래서 동화책 같은 기획서가 매력적일 수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드는 또 다른 생각은, 동기들과 달리 컨셉이나 기획서를 쓸 때 재미있는 생각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 현상 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프레임의 연장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진짜 재미있는 컨셉과 아이디어를 내는 동기들을 보면 부러웠다. 아마 이 현상의 원인은 팩트와 이론에 얽매이는 순간 사고의 한계가 그 이론과 팩트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인 것 같다.


결국 이론과 팩트로만 기획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깨고 다른 방향으로 혹은 이론과 팩트를 포함하지만 다른 것들을 보기 위해 조금 다른 모양의 창을 내야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책은 앞서 언급했듯 내가 동기와 나를 비교하는 것 또한 하나의 프레임이라 이 책은 설명한다. ‘비교 프레임’이라는 이름으로. 비교 프레임은 행복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더러,



비교 프레임은 배움의 기쁨과 도전 정신도 앗아간다.
우리로 하여금 잘하는 것에만 안주하도록 만든다.
전력을 다해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 눈에 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사실 생각해보면 여러 대외활동을 하면서 유독 1등에 집착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 또한 내가 비교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구나 하는 결론에 도달하자 조금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또한 재미있는 컨셉이 나오지 않는 이유 중 이것도 한몫하겠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항상 고민의 끝엔 거의 답이 없었다. 기획서 필사 과제를 하다 본 명언이 있는데, “현재 95%의 고민엔 답이 없다. 따라서 그런 고민에 직면했을 때는 답을 구할 것이 아니라 그 고민 자체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말이 큰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고민은 95%이기보다는 5%인 것 같다. 프레임을 깨기 위해선 그 깨야 할 프레임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많이 접해본 단어였지만, 이렇게 사례, 이론으로 풀어놓은 책을 보니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알던 프레임은 언론에서 보던 프레임들이었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한 단어였다. 기자들이 항상 프레임을 조작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전략이라면 전략이고,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내용은 한정적이기에 불가피하다면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한국의 언론에서 자신들이 쓰는 것이 정당 기관지인지 기사인지 구분을 못하는 기자들이 많은 이 시점에선 충분히 부정적이었다. 그렇지만 이 프레임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프레임에 대한 나의 프레임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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